현대건설 채권단, 현대그룹, 현대차그룹간의 소송전으로 비화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오는 14일 최대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 측에 14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천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비롯해 동양종합금융과 관련된 추가자료 제출을 최종 요구한 상태다.
특히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이번에 제출할 자료에서도 인수자금의 출처와 성격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MOU를 해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현대그룹의 행보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작업의 향배가 결정되게 됐다.
◆ '최후통첩' D-1… '인수냐, 소송이냐' 판가름
앞선 지난 3일 채권단은 현대그룹 측에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확인서로는 자금출처를 규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14일까지 대출계약서나 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인 '텀시트(term sheet)'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그룹 측이 "대출계약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그간 M&A에서 유례가 없었다"는 점을 꼽으며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빙자료에 대한 '제출 범위'는 법률적 분쟁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료 제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MOU 해지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현대그룹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무담보, 무보증으로 자금을 빌렸다는 사실을 증명한 대출확인서만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크게 현대그룹이 채권단 측에 증빙자료를 충실히 제출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증빙자료를 제출할 경우, 일단 현대그룹 측은 현대건설 실사 등 매각과 관련한 후속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가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인지 여부를 판단해야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새주인이 될지 여부를 속단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현대그룹으로서는 이번 자금증빙 자료 제출에 대한 '고비'를 넘기더라도 본계약 통과를 위해서는 채권단 8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외환은행(25.0%), 정책금융공사(22.5%), 우리은행(21.4%) 등 어느 한 곳의 의견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 자료 미제출시 소송 불가피…매각작업 표류 가능성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대그룹이 끝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만큼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맺은 MOU는 해지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소송전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후로도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이미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이며,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 역시 외환은행 실무담당자 3명을 '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현대그룹과의 매각작업이 불발되더라도 채권단이 현대차그룹과 2차 매각협상에 나설지도 가닥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장기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예비협상대상자 자격도 박탈된다면 현대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이 경우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법정에 서는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