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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너 일가가 '트위터 왕국' 꾸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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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너 일가가 '트위터 왕국' 꾸린 배경은?
  • 류세나 기자 cream53@csnews.co.kr
  • 승인 2011.02.08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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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에 호화 인테리어의 저택. 드레스룸에는 각종 명품들이 즐비해 있고 기분에 따라 고급 자동차를 골라 타고 고급 멤버십 카페로 직행, 상류층 자제들과 함께 최고급 와인을 즐긴다'


'재벌'(財閥)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고정관념처럼 연상되는 장면들이다. 물론 이러한 장면들은 실제일 수도 있고, 가상일 수도 있지만 폐쇄적인 재벌가 문화 탓에 '그들의 문화'는 상상속에서 부풀려지고 일반인들로부터 더욱 격리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베일에 싸인 그들의 사생활은 늘 세간의 큰 관심거리다. 공개석상에서 보이는 언행, 패션, 습관 등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고 그들의 행동반경에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최근 이러한 폐쇄적인 재벌가 문화를 깨고 있는 오너 일가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바로 두산家 사람들이다.


◆ 박용만 회장 등 오너일가 7명 트위터 삼매경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재계의 유명 트위터리안이다. 박 회장을 좇는 팔로워들은 무려 9만6천여명. 그러나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산가 사람들 중에는 박 회장 외에도 숨은 트위터리안들이 많다.


7일 현재 트위터 내 기업인/CEO TOP20에는 2위인 박 회장을 비롯해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17위),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19위) 등 3명의 두산 오너가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 등도 개인 트위터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박 회장의 차남 재원씨도 두산의 숨어있는 트위터 유저 중 한명이다. 이처럼 두산그룹 오너일가 중 7명이 '소통의 도구'인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 '트위터 유저 오너일가'가 꾸려진 셈이다.


<시계방향으로 박용만 회장, 박지원 사장, 박태원 전무, 박진원 전무>

대표적인 트위터족인 박용만 회장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5남이며, 기업인 유명 트위터 17위에 이름을 올린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는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다. 父子가 나란히 트위터 삼매경에 빠진 것.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저명한 트위터리안인 박진원 전무와 박석원 상무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과 차남, 박태원 전무는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모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오리지널 재벌가 혈통이다.


그러나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이들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업무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이들의 생활은 일반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비쳐지고 있다. 이들의 트위터 소통이 재벌들이 누리는(?) 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이들 두산 오너일가들은 트위터 멘션을 통해 시시콜콜한 일상은 물론 가족들끼리의 대화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박서원 대표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오늘도 짬을 이용해 운동하고 왔는데, 근육통이…모두 몸 관리 잘하시길^^*"이라는 글을 올리자 아버지인 박용만 회장은 '회장'이라는 다소 무서운 직함에도 불구하고 "우째 암벽 청소하는 넘 같으냐?ㅋㅋㅋㅋ"라고 부자지간의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재벌들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가족간의 평범한 대화인 것.


한번은 박지원 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박 회장을 포함한 일부 팔로우들에게 "(박용만) 회장님 드시는 양을 보면 상대적으로 날씬…까지는 아니더라도 덜 찌신 편이지. 내가 그만큼 먹어대면 난 금방 0.1톤 될 겨ㅋㅋ"라는 멘션을 보낸 적이 있다. 이에 박 회장은 "뭐지? 읽은 후의 이 찝찝함은?"이라고 재치 있게 답하며 가족간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재치 있고 털털한 모습은 지난해 말 뉴욕 방문 기간 중 유학중인 차남 재원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잘 묻어난다.


당시 박 회장은 "자취하는 아들 놈 밥솥을 열어보니 밥 다 먹고 빈 밥통을 그대로 뒀다. 지금 이 새벽에 배고픈 넘은 나니 밥솥 설거지부터 해야 한다ㅠㅠ 에잇! 새 밥(을 만들어) 내가 싹 다 먹고 저 상태로 복원시킨다!"라는 글과 함께 밥알이 말라붙어 있는 밥솥 사진을 한 장 올렸다.


그리곤 몇 시간 뒤, "일단 내 밥은 완성 ㅋㅋㅋㅋ 먹어 치워야쥐!!!"라는 멘션과 함께 손수 지은 밥상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회장님의 밥상'은 김치찌개, 멸치반찬 2종, 햄, 김치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평범하다기보다 너무도 소박한 모습의 상차림이었던 것.   


<시계방향으로 박서원 대표가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 박용만 회장이 손수 차린 저녁 식단, 박 회장이 집 냉장고에서 찾은 '뷘마마표' 김밥, 박 회장 부인이 집에서 만든 손두부.>

더욱 눈길을 끈 대목은 이러한 '회장님답지 않은(?)' 소박한 밥상사진이 비단 아들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었기 때문에 나온 장면이 아니라는 점. 이런 사실은 평소 박 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환경, 특히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는 데서 잘 묻어난다.


"뷘마마(부인을 일컫는 말)의 겨울맞이 신개발아침메뉴 집에서 만둔 손두부 ㅋㅋㅋ", "점심에 뷘마마표 김밥을 싸와서 먹었더니…학생 된 거 같다 ㅋㅋㅋㅋ 오후 1교시 회의가 매우 졸리다", "(배가 고파서)냉장고 뒤지다가 김밥그릇 발굴!! 환희의 비명을 질렀는데 차갑고 돌 같다ㅠㅠ 뷘마마 일갈 '아니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오오!!'……한 시간 반이나 됐는뎅ㅠㅠ"


재벌집이라면 매 끼니때마다 해외유학파 요리사가 등장해 격식 갖춘 특제요리를 대령해 줄 것이라고 상상했던 머릿속 장면이 재벌가 며느리가 집에서 손수 두부를 만들고, 김밥을 싸는 장면으로 대체되는 순간이다. 트위터라는 소통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궁금했던' 그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


물론 트위터를 통해 비쳐지는 모습이 그들의 실제 모습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은 없을 테지만 우리사회에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트위터 소통을 통해 상당부분 교정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 소박한 가풍이 대중과의 '소통마인드' 구축에 주효


사실 두산가를 제외하면 여타의 재벌가에서 일반인들과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두산가 사람들의 열린 소통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가의 '소박한 가풍'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로 창립 115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국내 최장수 기업'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상대적으로 담백한 가풍을 자랑한다. 자녀들의 결혼에 있어서도 여타의 기업들이 정·재계를 막론한 화려한 거미줄 혼맥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에 반해  대부분 평범한 집안과 결혼했다. 또 내로라하는 집안과 결혼한 경우에도 모두 자연스러운 연애를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가의 인위적이지 않은 가풍은 자녀교육법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밑바닥부터 출발해야 기업을 아우를 수 있다'는 초대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자녀들의 경영수업은 그룹의 핵심위치가 아닌 계열사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또 '도둑이 재물을 훔쳐갈 수는 있지만 머리에 든 지식은 절대 훔쳐갈 수 없다'는 사고 아래 남의 눈칫밥을 먹어볼 것과 유학을 적극 권했다. 이에 따라 박용곤 명예회장은 한국은행, 박용성 회장은 한국투자금융, 박용만 회장은 외환은행에서 각각 사회초년병 시절을 겪었다. 이는 박지원 사장 등 4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해외 유학기간 동안에도 용돈을 넉넉하게 받지 못해 자취생활을 하면서 직접 음식도 해먹고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충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의 생활이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상차림 의 배경이 됐던 셈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한 때 '형제의 난'으로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지만 이후로도 국내 최장수 기업이라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은 오너경영진들이 처음부터 정상에 섰던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부터 올라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위터 등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 인색하지 않는 것 역시 이들과 똑같은 생활을 경험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울림과 소통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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