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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얏트에서 아프면 죽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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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얏트에서 아프면 죽을 수도"
'위급한' 팔순 할머니 SOS 외면… '귀 아픈' 외국인과 병원 동행
  • 연분홍 소비자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4.18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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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외할머니의 팔순을 맞아 맏딸인 어머니와 큰이모, 멀리 미국에서 오신 작은 이모와 이모부까지 다섯 식구가 3박4일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뜻 깊은 여행이었지만, 미처 여행을 즐기기도 전에 불행이 닥쳤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둘째날인 12일 오전부터 외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셨고, 오후들어 갑자기 극심한 복통 증세를 보이셨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저녁 8시쯤 숙소인 '제주 햐얏트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호텔측은 외할머니의 상태를 물어보더니 "환자의 다리가 부러지거나 혼수상태가 아닌 이상엔 응급차량을 불러 줄 수 가 없다"며 "이동을 하려면 택시를 이용하라"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렌트차량을 이용해 여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수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초행길인 제주도에서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어서 호텔측에 문의했던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시는 할머니를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잘 걷지도 못하는 이모부께서 들쳐 업고 호텔을 나왔습니다. 호텔 로비를 지나던 중 호텔직원들과 마주쳤지만 호텔직원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쳤습니다.

병원에서는 "진단 결과 췌장에 담석이 있었다"며 "하루만 더 늦었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외할머니는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제주 하얏트 호텔' 직원을 보았습니다. 우연히 어떤 남녀(외국인 남성과 한국 여성)와 마주쳤는데, 호텔직원이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외국인 남성이 귀가 아프다고 해서 직원과 동승하여 병원에 왔다고 했습니다.

그 외국인은 다리를 절고 있지도 않았고, 혼수상태도 분명 아니었습니다. 80세 할머니의 생명에는 관심도 없던 그들이 맞는지 정말 의심스러웠고, 화가 났습니다.

투숙객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호텔에서 고객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자신들의 규칙만을 내세우더니 외국인에게는 다른 규칙을 적용하나요. 제주 하얏트 호텔은 '외국인 특별보호법'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요.

이모부는 지금까지의 정황을 '제주MBC' 현 모기자에게 전화로 제보를 하였습니다. 방송국은 극한 상황이 아니면 방송을 해주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극한 상황이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돌아가시거나 죽을 지경에 이르러야 방송을 할 수 있단 말인가요.

외할머니는 수술을 잘 받으셨고, 다행히도 수술 경과가 좋다고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주 하얏트 호텔과 제주MBC, 제주시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관광도시 제주도의 이미지가 완전히 구겨졌습니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당한 관행(내외국인 차별), 사람들의 안전불감증,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다시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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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기자가 17일 오후 4시쯤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얏트 호텔 서울 본사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본사 안내데스크는 누구와 통화하면 될지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제주 하얏트 호텔 교환실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여직원은 "담당자(부장)가 부재중"이라며 "늦어도 오후 7시까지는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7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기자가 재차 전화해 담당 부장과의 통화를 요구했지만 여직원은 "(담당자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책상 위에 메모를 남겨놨다"고만 말했다.

이에 기자가 담당 부장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여직원은 "직원의 휴대폰 번호는 알려드릴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후 오후 8시 30분경 하얏트 호텔 강상규 부장은 "고객이 작성하신 제보 내용를 확인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오후 10시 15분 강상규 부장은 "고객이 얘기 중 일부는 사실이지만 또 일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현재 총지배인과 논의 중이며 지금으로써는 섣불리 대답하기 어렵다. 내일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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