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인 홈쇼핑과 제조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이상한’ 약관을 내세워 반품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비자가 포장을 뜯거나 장착하면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포장을 뜯어 확인하고 시험해봐야 문제가 있는 줄 알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에 따르면 방문판매나 전화권유,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물건을 구입한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14일, TV홈쇼핑이나 전자상거래는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사례1=주부 김은혜(32·인천시 남동구 간석4동)씨는 지난 3월 4일 농수산홈쇼핑을 통해 ‘보령월드라키즈’를 구입했다. 무료체험기간이 두 달이라는 말에 29만8000원을 지불했다.
물건을 받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먹이려고 했지만 한번에 3알씩 아침, 저녁으로 먹이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체험기간이 지나고 다음날 반품신청을 하니 절대 반품이 안된다고 했다. 포장을 뜯지 않은 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반품을 해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도 ‘자랑스럽게’ 곁들였다.
김 씨는 “홈쇼핑을 믿고 구입했는데, 반품 요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반품이 안되는 제품이라면 약국에서 구입하지 뭐하러 홈쇼핑에서 구입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례2=소비자 최성훈 씨는 지난 4월 초 우리홈쇼핑을 통해 삼익평상형 침대를 구매했다.
방의 바닥이 고르지 못하여 바닥판이 하나로 된 침대를 원하던 차에 방송 화면으로 하나로 된 것을 보고 주문한 것이다.
추후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하며 확인전화를 하니 상판은 분리된 것이 절대 아니고, 침대 머리판과 바닥만 분리된 것이라고 상담원은 설명했다.
제품이 도착해서 보니 아니나 다를 까 상판이 2개로 분리된 일반형 침대였다. 모든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우리홈쇼핑에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홈쇼핑측은 일단 기사가 떠난 후에는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약관을 들먹이며 거부했다. 할 수 없이 홈페이지에 명시된 이용약관을 확인한 뒤 다시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소비자의 변심이라며 배송비 4만원을 요구했다.
최 씨는 “상담원의 안내 실수로 벌어진 상황인데도, ‘왜 기사가 떠나기 전 반품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며 “더 가관인 것은 상담원의 실수를 인정해 1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해 줄 수 있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사례3=소비자 신호선 씨는 지난 3월 중순 쯤 TV를 보다가 우리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컴퓨터를 하나 장만했다. 윈도 비스타가 탑재된 130만원짜리 신형 컴퓨터였다.
설치를 끝내고 인터넷을 켜 싸이월드에 접속했는데, 평상시 나오던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도 너무 느렸다.
제조업체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이번에 새로 나온 거라서 프로그램 호환이 안돼 그러니 3~6개월 지나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어이가 없어 우리홈쇼핑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컴퓨터 자체에 깔려있는 음악파일은 들을 수 있지만 인터넷을 접속해서 듣는 건 아직 안된다”고 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건 사기가 아니냐. 분명 TV에서 광고할 때는 이런 말이 없지 않았느냐”며 반품을 요구하자 “컴퓨터에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반품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례4=소비자 김 모 씨는 지난 4월 6일 홈쇼핑에서 39만9000원에 판매하는 노바내비게이션을 10개월 할부로 샀다.
9일 배송되어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장착하고 시험했지만 DMB는 수신도 안되고 지도도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측에 반품을 요청하니, “이 제품은 한 번 장착하면 반품이 어렵다. 문제가 있다면 직접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방문하라”며 거부했다.
김 씨는 “한번 장착도 안해보고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반품이 안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청약철회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최장 한 달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반품이 안되는 품목은 미리 방송을 통해 고지한다. 주로 포장을 뜯어면 상품의 질이 훼손되는 제품들이다. 이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거나 부주의한 경우에 클레임이 발생한다.
이런 제품을 반품으로 수거하면 홈쇼핑업체가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손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