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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늙으면 늙은 대로 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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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늙으면 늙은 대로 록 해야죠"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5.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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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가수들도 성형을 해요? 제가 흘러간 가수긴 한가봐요. 우리 땐 일절 안했죠. 참, 옛날 가수인 게 다행이네요. 제가 키가 커요, 얼굴이 잘 생겼어요, 춤도 못 추는데…."

김수철(50),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통통 튀어 귀에 쏙쏙 박혔다. 7080 세대는 기타를 매고 '나도야 간다'를 부르며 껑충껑충 뛰던 그를, 젊은 세대는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치키치키 차카차카'를 작곡하고 부른 목소리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천재라고요? 솔직히 말해 정신연령이 낮은 거고 철이 없는거죠. 좋게 말해 천진한거고. 음악 빼고 전 모든 게 늦어요. 제가 잘 하는 분야만 열심히 팔 뿐이죠. 비즈니스요? 절대 못해요."

"춤을 못 추니 무대에서 껑충껑충 뛴거예요. 우리 땐 다들 장발이었는데 전 고수머리여서 헤드뱅잉이 안되거든요. 제 머리가 바람에 날리면 폭풍주의보가 내려요. 어떤 후배들은 제가 뛰면서 기타 치는 흉내만 낸 줄 알았대요. 내 참. 우리 땐 올라이브였는데…."

그가 혼자서 열심히 판 우물의 깊이가 어느덧 30년이 됐다. 1977년 밴드 퀘스천을 결성해 방송에 데뷔, 78년 광운대학교 통신공학과 시절 캠퍼스 밴드 작은 거인으로 첫 음반을 냈으니 꽉 채운 30년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그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했다.

"공연 기획사에서 30주년이라고 콘서트 제의가 와 세어보니 그렇더군요. 전 정리를 잘 안해요. 과거를 돌아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단지 '세월 참 빠르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구나'란 정도? 저를 지탱해준 팬들과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겠단 생각에 결심했죠."

김수철은 6월13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회화관 대극장에서 '김수철 데뷔 30주년 기념 특별공연-영원한 젊은 그대'를 개최한다. '못다 핀 꽃 한송이'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등 수많은 히트곡과 그가 창조해 발전시킨 음악인 기타산조(전자 기타로 우리 가락인 산조를 연주), 영화 '서편제'의 음악 등 그간의 음악 산물을 총망라해 들려줄 예정이다. "2005년 공연은 충무아트홀 개관 공연일 뿐, 솔로 가수로서 히트한 후 제 이름을 건 단독 공연은 처음이네요."

김수철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83년 8월 발표한 '못다 핀 꽃 한송이' 덕택. 집안의 반대로 가수를 그만두려고 대학원에 진학할 즈음, 배우 안성기가 그를 모처로 불렀다.

"병태('고래사냥' 출연 때 배역) 같이 생긴 놈은 너 뿐이라고." 배창호 감독, 이명세 조감독과의 한차례 술자리 후 본인도 모르는 사이 캐스팅이 됐다고 한다.

"영화 출연 전 '못다 핀 꽃 한송이'를 그냥 기념 음반으로 냈어요. 가수를 접어야 했거든요. 원래 영화보다 먼저 발표한 곡인데 '고래사냥' 이후 이 노래가 완전히 뜬 거예요. 사실 영화로 84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으니 올해 수상한 비보다 23년 앞선 셈이죠. 하하."

그런 그가 지금은 우리 소리의 세계화 작업에 매진하는 소중한 음악인으로 불린다. 작은 거인 시절인 80년부터 국악 공부를 시작해 86년 아시안 게임 전야제, 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음악감독을 맡았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일본 공식 방문 때도 문화사절단으로 기타 연주를 했고, 2002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기타 산조 공연으로 UN외교사절단의 찬사도 받았다. 영화음악 데뷔작인 남석훈 감독의 '너무합니다'를 비롯 영화 '서편제', KBS 드라마 '노다지' 음악에도 우리의 소리가 흐른다.

"전 소리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이 듣는 건 전통음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하죠. 이런 관심을 쫓다보니 부족한 게 너무 많았어요. '못다 핀 꽃 한송이'로 한창 활동할 때도 밤에 대금, 피리 등 국악을 공부하러 다녔으니까. 덕택에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지금껏 발표한 음반만 대략 40장, 이중 가요 음반이 10장 가량 된다. 2천곡을 썼고 음악 작업 노트는 셀 수가 없다. 그에게 음악은 분신이자, 일기이자, 자식이다.

"지난 해 수차례 7080 콘서트 무대에 서면서 제 음악을 원하는 팬들이 있단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죽을 때까지 밴드를 할겁니다. 또 늙으면 늙은 대로 록을 할겁니다. 또 죽기 전에 공부한 것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죠. 가르쳐주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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