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있었던 현 회장 취임 3주기 때도 정 전무의 자리는 항상 현 회장 옆이었다. 현 회장은 “지이와 회사 얘기도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재벌가 딸들이 경영일선에 나서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뒤에 숨어 있던 안방규수에서 전천후 알파걸로 변신 중이다. 창업주 의지에 따라 여성의 경영참여가 금기시됐던 현대가에서 정 전무와 같은 사례가 나타난 건 추세화했다는 얘기다.
과거 재벌가 딸들은 고교나 대학에서 예술 관련 전공을 한 후 문화 및 예술활동에 치중했다. 또 적령기가 되면 여타 국내 재벌이나 정?관계 쪽 자제들과 결혼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전형이 흔들리는 조짐이 완연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삼성가다.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는 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과장, 신라호텔 기획부장을 거쳐 현직에 이르렀다. 이 상무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으로 신라호텔을 방문하면 그림자처럼 수행한다. 이 상무의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역시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 명문 디자인학교 파슨스스쿨을 졸업한 이 상무보는 제일모직의 여성복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한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그녀는 지난 96년부터 조선호텔 등기이사로 경영에 나섰다. 대학에서 미술, 디자인을 전공한 정 상무는 현재 조선호텔의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신세계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미디어총괄 부회장도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부친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CJ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총괄하며 그룹의 주축으로 키워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적인 재벌가 딸이다. 이노션은 현대기아차의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광고기획사. 정 고문은 현대?기아차의 각종 현장을 꼼꼼히 챙길 정도로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롯데가에서는 장선윤 롯데백화점 상무가 눈에 띈다. 그녀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의 둘째딸이다. 지난 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한 장 상무는 현재 해외명품 및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쪽을 맡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장 상무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롯데백화점 명품 코너에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다.
한진가 역시 딸들의 경영참여가 활발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상무는 지난 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를 시작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해 말에는 상무로 승진해 대한항공 기내식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조 상무가 기내식 사업을 맡으면서 대한항공이 본격적인 명품 항공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조 상무의 막내동생인 현민 씨는 LG애드에서 광고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3월 대한항공 광고선전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수업을 본격화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 정담 씨는 현재 동양매직 차장으로 착실히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 차녀인 경담 씨 역시 동양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동양온라인 대리로 입사해 현재 과장이다. 타이젬이라는 바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