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30만원, 단순 상담업무, 주 5일 근무, 나이 45세까지. 괜찮은 조건이었다.
2주전 면접날 아침 경기도 부천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사무실을 찾아갔다. 구로3동사무소 맞은편에 있는 '신세계○○○'라는 회사였다.
면접을 봤다.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더니 내일부터 일을 하란다.
다음날 즐겁게 출근했다. 팀장이 와서 "오전에는 업무 숙지를 위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보시고 오후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30~40명의 직원들이 독서실보다 높은 칸막이로 엎드려서 열심히 전화했다. 무슨 내용인가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지난달 휴대폰 요금 명세서에 저희 신세계 콘도 무료회원권 6장 동봉한 것 받아보셨지요? (...) 아, 저희 발송 용역업체에서 누락된 것 같습니다. 죄송하고요. 다시 보내 드릴테니 주소와 성함 알려주시겠어요. (...)
회원권은 유가증권이라 저희 직원이 직접 방문해서 전해 드릴거구요. 개인의 신용상 저희가 고객님의 주소는 모르고요. 다만 컴퓨터 추첨에 의해 특별히 선정되신 100분께만 저희 콘도 회원권을 드리는 것이구요. 10년동안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구요….
고객님은 보증금과 회원 회비 없이 그냥 제세공과금만 내시면 되구요…저희가 방문해서 찾아 뵙겠습니다….
사기임을 알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화하는 것도 그렇고, 보내지 않은 무료 회원권을 보냈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또한 제세 공과금을 누가 10년치를 선불로 낸다는 말인가? 그것도 99만원씩이나. 콘도 회원권은 보통 400만~500만원 선이면 사는데, 무슨 세금이 99만원이나 한단 말인가?
멀쩡한 내 회원권도 6년 만에 회사가 부도나서 법정관리에 들어가 사용도 못하고, 소송에 이겼어도 돈도 못받고 있는데.
옆자리 사람에게 "정말 월 130만원은 주냐"고 물어보니 "못들으셨어요? 기본급 월 80만원에 성사되는 건당 1만원씩"이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휴대폰으로 내가 앉았던 TM(텔레마케팅)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봤다. 수신이 안되는 전화였다. 사기업체임이 틀림없다.
속지 말자. 무료회원권?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