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쪽 원본 보고서와 외부에 유출된 37쪽 보고서의 내용이 일부 차이에도 불구, 큰 틀에서 거의 흡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전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답변과정에서 "알 수 없는 문건이다. 내용이 다르다"고 말한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누가 문제의 37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또 누가 유포시켰는지 등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진본 여부 및 이 건교 발언 논란 = 건교부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가 지난 98년에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대운하 타당성 조사결과를 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5월 현 시점에 맞게 재검토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37쪽 보고서에 맞춰 급조된 보고서일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장관의 전날 국회 답변과 상치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37쪽 보고서에 대해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문건으로, 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것 같다"면서 "TF로부터 보고받은 것은 9쪽이며 내용과 글자체부터 (37쪽 보고서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건교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37쪽 짜리 보고서 가운데 중간에 있는 부분으로, (VIP 언급이 나오는) 앞쪽 일부와 마지막 부분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공식문서에서는 (VIP 대신) 대통령님이라고 쓴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대통령을 VIP라고 지칭한 앞쪽 내용이 그대로 포함돼 있으며, 글자체도 겉표지의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 제목만 다를 뿐 내용은 두 보고서가 거의 같은 서체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건교부는 이날 아침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청와대 보고서의 제목이 `수자원 정책에 대한 현안보고'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공개된 보고서는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로 돼 있다는 게 이 전 시장측의 주장이다.
▲누가 왜곡.변조했나 = 9쪽짜리 보고서와 37쪽짜리 보고서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큰 틀에서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의 형식이나 글의 전개과정 등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보고서의 제목(9쪽은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 37쪽은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이 다소 차이가 있고, 총사업비나 운하 수송시간 등 일부 통계수치가 다르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건교부의 원본 보고서를 토대로 보고서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일부 수치만 다른 것으로 봐서 집권세력에서 의도적으로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및 범여권을 배후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물론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역으로 건교부가 뒤늦게 논란이 되자 37쪽 보고서를 기초로 제3의 보고서를 급조했다는 주장도 흘러 나온다. 이 장관이 전날 국회 답변에서 완전히 다른 보고서라고 주장했으나 보고서 공개결과 핵심 내용은 거의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캠프 관계자는 "건교부가 제공한 보고서의 파일을 보면 최종 작업시간이 오늘(19일) 오후 7시53분으로 나온다"면서 "건교부가 마지막까지 수정작업을 한 제3의 보고서를 공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왜곡.변조했다면 그 배경이 무엇인지도 궁금증이 남는다.
이 전 시장측은 청와대를 비롯한 범여권이 왜곡.변조된 보고서를 교묘하게 외부에 흘려 대운하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유통시켰나 = 37쪽 보고서의 유통과정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왜곡.변조된 보고서를 처음 보도한 언론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시장측은 경선 라이벌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진영을 지목하는 분위기다. 범여권이 자료를 가공한 뒤 박 전 대표측에 넘겨 줘 공격자료로 활용케 했다는 것.
이 전 시장측은 대운하 공격의 선봉에 선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이 37쪽 보고서가 유출되기 전부터 그 보고서에 나와 있는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대운하를 비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추측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태라 단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 또는 범여권의 인사가 자료를 흘렸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증거가 없어 이 또한 단언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결국 해당 언론사에서 제보자를 밝히지 않는 한 문제의 보고서를 유통시킨 배후를 밝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