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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폼생폼사는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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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폼생폼사는 아무나 하나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미디어사업팀 차장 osk@kca.go.kr
  • 승인 2007.07.0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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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생폼사.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풀이하면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이다. 화려하게 주목 받으면서 멋지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삶이다.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세상 일에는 순리라는 것이 있다. 순리를 어기면 표시 나지 않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비가 내리다 해가 비치면 무지개가 생기지만, 해가 비치다 비가 내리면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을 구해 몇 년 다니다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미지로 포장된 승용차에 관심을 갖는다. 우아한 광고와 무이자 할부 판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강이 보이는 심야 데이트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36개월 할부로 중형 승용차를 구입한다. 신조가 폼생폼사이므로 당연하게 신차다.

중형차를 사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순리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족쇄다. 중형차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생활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회 비용과 부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승용차 가격이 2천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현금을 일부 지불하고 나머지는 할부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도금으로 1천만원 내고 1천만원 할부로 한다면 매달 할부 수수료로 부스러지는 돈도 적지 않다. 당장 자동차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할부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양수리의 낭만적인 데이트도 가능하고, 우아한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두바이산 유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걱정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가족과의 오붓한 외식은 대형 주차장이 완비된 식당으로 가야 한다. 동네 식당에서 대충 주차하다가 딱지라도 떼이는 날이면 비싼 외식을 한 셈이 되므로 처음부터 주차장이 완비된 식당으로 가야 마음이 편한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주차장이 있는 찻집에 가야 하므로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이자 박사인 토마스 스탠리가 쓴 <이웃집 백만장자>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폼생폼사와는 거리가 먼, 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방식을 따른다고 한다.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자신의 재산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생활한다. 값싼 양복을 입고, 미국산 자동차(국산)를 몬다. 품질보다 가격이 싼 중고차를 즐겨 구입한다. 대부분은 계획적이고 예산을 세우는데 매우 철저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품질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즐겨 구입한다. 자신의 재산에 비해 고급 신차를 구입해야 하는 영업사원이 타던 중고차를 구입한다. 중고차를 사고 남은 돈으로는 투자한다.

명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성과급을 받아 큰마음 먹고 명품 가방을 장만하지만 가방만 들고 다닐 수는 없다. 평소 복장에 명품 가방을 들면 가방만 둥둥 떠다닌다. 가방은 패션용품이므로 가방에 옷을 맞춰야 한다. 구두도 옷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두도 새로 사야 한다. 귀걸이와 목걸이도 명품 가방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명품 가방을 장만하는 것은 가방 하나에 끝나지 않는다. 기회 비용과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명품 가방이 빌미가 돼 옷과 액세서리를 장만하게 된다. 구두도 사야 한다. 저축은 고사하고 신용카드 할부금 내기도 빠듯해지는 것이다.

승용차나 명품에 열광하지 말고 기회 비용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라. 승용차와 가방은 사는 순간 중고품으로 바뀐다. 하루가 다르게 환산 가치가 소멸된다. 승용차와 가방을 사는 대신 그 돈으로 투자하라.

무지개를 보고 싶으면 일의 순서를 바꿔라.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소비하라. 투자해서 부자가 된 뒤 중고 승용차를 구입하고, 명품 가방을 장만하라. 중형차를 먼저 구입하면 무지개는 보지 못한다. 매사에 기회 비용을 따지고, 젊었을 때 투자하라.

*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행복한 위치에 있는지, 헌신적인 스승이나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남으로써 내게 얼마나 커다란 행운이 찾아왔는지 깨닫기 위해 노력하라. 무엇보다, 행운이 활짝 미소를 지어줄 대상으로 당신을 선택했을 때 당신 마음속에 생겨나는 책임감에 감사하라.

- 데이지 웨이드먼의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35쪽, 세종서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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