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남자' 이준기 얘기다. 그런 그가 복수를 위해, 소중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냉혹한 킬러로 다시 태어난다.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C TV 수목극 '개와 늑대의 시간'(극본 한지훈·류용재, 연출 김진민)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이준기는 더 이상 '예쁜 남자'가 아니었다.
"영화 '왕의 남자' 출연 이후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이미지 깨기와 관련된 질문을 받죠. '왕의 남자'에 출연했을 때 좋은 캐릭터 만드는 데 힘썼지만, 이후엔 그 이미지를 어떻게 깨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쁜 남자'는 이후 항상 저를 따라다니는 족쇄가 됐어요."
'왕의 남자'에서 여자보다 예쁜 광대 공길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준기는 영화 '플레이 대디' 등에 출연하며 남성다움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유령처럼 '왕의 남자' 공길의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듯 했다. 자신이 애써 구축한 이미지를 깨기 위한 호된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저 스스로에 대한 벽을 쌓게 했던 것 같아요. 기존 이미지 깨기에 대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지금 저의 최대 고민은 제가 극중의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이지요. 작품 내에서 재미있게 놀아보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드라마 복귀작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처음 주연을 맡는 그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수현이라는 극중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준기는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SBS '마이걸' 이후 1년5개월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그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어릴 적 태국의 거대 폭력조직인 청방의 손에 목숨을 잃은 홀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수현 역으로 분한다.
그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출연하는 동료 배우들에 비해 드라마 경험이 부족한 후배"라면서 "처음에 호흡이 빠른 드라마 시스템을 따라갈지 걱정이 돼 주위 동료에게 제발 좀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하곤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인 '무간도'를 보면서 출연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지 고민했습니다. '무간도'에 출연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욕심껏 받아들이려니 오히려 혼란스러웠죠. 욕심을 내니 제 중심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나중에 '무간도' 본 것을 후회했습니다."
이준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하는 모습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촬영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겨요. 이번 작품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이준기라는 배우의 다양성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예쁜 남자'가 '킬러'로의 변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