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박모(25.여)씨는 2005년 10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대학생 A(23)씨에게 자신을 서울 K대 학생이라고 속이며 같이 만나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박씨는 A씨와 만날 때마다 "아버지가 복싱 세계챔피언을 지낸 박○○씨라 집에 돈이 많다", "아버지가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몬다"며 은근히 자랑했고 명문대생이라는 말을 믿은 A씨는 박씨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박씨는 이 때부터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 좀 빌려달라", "친구에게 아버지 승용차를 빌려줬는데 사고를 내 수리비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등 속여 수 차례에 걸쳐 약 500만원을 받아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가 유산했다며 치료비를 주지 않으면 이런 사실을 집안에 알리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 못한 A씨는 이듬해 초 박씨와 헤어지고 그동안 빌려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자신 명의로 돼 있는 승용차를 저당잡혀서라도 돈을 돌려주겠다던 박씨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서너달 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박씨 집을 찾아간 A씨는 박씨가 그새 또 다른 피해자인 대학생 B(26)씨를 만나 같은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가 K대생이기는 커녕 변변한 직업도 없이 지내고 있으며 자신 명의로 된 승용차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박씨는 `옛 남자친구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다'며 내게서 돈을 빌려가는 등 여러 사람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가 직접 작성한 자술서와 돈을 갚겠다는 내용의 약속어음을 받아 함께 제출했다.
B씨도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박씨를 만나 사귀게 됐는데 명문대생을 사칭하고 전 세계챔피언의 큰 딸이란 점을 이용해 1천만원 가량 사기를 당해 곧 고소할 계획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현재 박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같은 혐의로 이미 여러 곳에서 고소를 당해 지명수배된 사실을 파악했으며 사건을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아이가 내 딸은 맞지만 요즘 그런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