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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넙치, 물 없이 태평양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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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넙치, 물 없이 태평양 건넜다
"생넙치 20시간 '無水 공수작전' 성공"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7.13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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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넙치가 물 없이 미국까지 왔는데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지난 5일 오후 2시15분(이하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간) 로스앤젤레스 6번가 재미교포 박철현(43)씨가 운영하는 수산물 유통업체 `퍼시픽 프레시 피시'의 수조.

박 사장이 한국에서 물 없이 공수된 제주도산 넙치를 꺼내 들자 무려 20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넙치는 지느러미를 가지런히 고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펄떡이던 넙치는 수조 속으로 들어가자 마자 유선형의 몸매를 뽐내며 유유히 헤엄쳤다.

미국에서 20년째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해온 박 씨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수조 앞에 앉아 넙치의 호흡 여부와 몸 색깔 변화, 지느러미 상태 등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모두 정상이었다. 물 한방울 없는 포장 박스도 재차 확인하며 의의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살아 있는 넙치의 20시간 `무수(無水) 공수작전'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물이 없는 환경에서의 세계 최장 어류 생존기록이 수립된 것이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완수(47) 박사는 4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산 연구원에서 2㎏짜리 제주도산 넙치 20마리에 인위적으로 동면(冬眠)을 유도한 뒤 물 없이 포장,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20시간 동안 산 채로 1차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20마리 가운데 4마리는 운송 도중 죽고 나머지 16마리는 동면 이전의 상태를 되찾았다. 80%의 놀라운 생존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시연회 성과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까지 11시간의 비행시간에 육지 운송시간을 합쳐 약 하루동안 물 없이 산 채로 공수된 것이어서 국내 양식업계의 활어 운송 비용 절감과 이에 따른 수출 확대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어 실시된 2차 `산 넙치 공수 실험'에서도 놀라운 성과는 그대로 재현됐다.

6일 오후 6시 안산에서 물 없이 포장된 산 넙치 20마리는 미국 공수를 위해 항공편에 실려진 뒤 7일 오후 1시 로스앤젤레스 공항 수하물센터에서 도착, 수조 탑재 운반차량편으로 이날 오후 5시23분 샌디에이고의 한 수산물 유통업체로 운송됐다.

특히 이 가운데 5마리는 샌디에이고까지 물 없이 상온에서 운반됐다.

20마리의 넙치는 로스앤젤레스 공항 수하물센터에 도착했을 때 모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로 운송하던 중 운반차 속 수조의 온도 조절 문제로 다음날 4마리가 죽고 16마리가 살았다.

김완수 박사와 김종욱 박사 등 해양연구원 연구진 4명은 내인성 생체리듬을 이용한 인공 동면유도 기술로 넙치가 물 없는 환경에서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약 30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넙치 등 대부분의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물 없는 외부환경에서 최대 3~4시간이면 죽게 마련이지만 첨단과학이 동원된 인공 동면 기술로 생존시간을 6~10배 늘린 셈이다.

`퍼시픽 프레시 피시' 박철현 사장은 "미국에서는 넙치의 양식과 어획이 환경 문제로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어 한국산 넙치 수입량이 늘고 있지만 그간 넙치 무게의 2배에 이르는 물을 함께 운송해 왔기 때문에 한국산 넙치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수 운송 기술의 상업화 성공으로 가격 인하로 활어 상태의 한국산 넙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박 사장은 말했다.

김 박사측이 무수 공수해온 산 넙치 중 2마리가 6일 오후 1시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버몬트 거리의 한 횟집에서 시연팀과 손님에게 제공됐다.

직접 넙치 회를 만든 주방장 한선흠 씨는 "넙치의 탄력과 색깔, 칼질할 때의 느낌 등을 볼 때 신선도가 상급에 속한다"며 "맛에서도 한국에서 산 넙치 회를 먹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 식당 사장 최영준(58) 씨는 "현재 미국산 산 넙치의 공급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넙치를 많이 공급받고 있는데 운송비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한국산 넙치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번 시연회에서 20~24시간 무수 포장한 넙치를 산 상태로 비행기로 운송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현지 업계의 반응을 볼 때 시연회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물 없이 넙치를 최대 30시간까지도 살린 적이 있다"며 "양식장 사육 상태, 동면 회복 과정, 포장 기술 등을 잘 관리하면 24시간 기준으로는 무수 상태에서 100% 생존율을 충분히 이끌어낼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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