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진(37) 호텔신라 상무와 장선윤(36) 호텔롯데 상무의 인연이 화제를 낳고 있다. 그동안 롯데백화점에 적을 두고 있던 장 상무가 호텔롯데로 자리를 옮기면서 호텔업계에서 이 상무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 하지만 두 ‘알파걸’은 사적으로는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어 재계에선 이를 ‘가깝고도 먼 당신’이란 말로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사적으로는 친자매로 지내면서도 사업에 있어서는 서로를 향해 칼날을 세워야 하는 이상한(?) 관계라는 것이다.
▶때론 친자매 처럼=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상무와 장 상무는 개인적으로 흉금을 털어 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삼성가(家)의 친손녀 VS 롯데가(家)의 외손녀’ 라는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친자매와 같은 우애를 보이고 있다는 것.
삼성과 롯데의 두 손녀딸은 한 살 터울이지만 개인적으로 수시로 만나는 한편, 속내도 털어 놓는 사이. 지난해 장 상무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을 당시 이 상무가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도와줬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두 상무는 그룹 총수(이건희 삼성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는 공통 분모도 갖고 있다.
롯데 한 관계자도 “세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친자매 처럼 지내고 있다”며 “서로가 힘들 때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먼 당신(?)=하지만 유럽 등 해외로 장기 휴가길에 올랐던 장 상무가 4개월간의 긴 휴식을 마치고 호텔롯데로 복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라이벌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특히 호텔신라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사세 확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장 상무가 자의로 호텔롯데의 마케팅 부문장으로 복귀했다는 점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상무가 공격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면 장 상무는 수성(守城)의 방패로 맞서야 하는 셈이다.
이 상무는 세계 유명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호텔사업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서 사실상 롯데호텔을 누르고 승리의 나팔을 분데 이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합작 베이커리 회사를 만드는 등 신사업에 있어서도 속보(速步)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객실에서 뿐 아니라 신사업에 있어서도 롯데호텔의 그늘에서 벗어나 몸집을 불리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이 상무에게 상당한 의지를 하고 있는 장 상무도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전망이다. 강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단숨에 내 편으로 만드는 장 상무는 개장 2년만에 명품관 에비뉴엘을 제 궤도에 올려 놓았을 정도. 특히 장기간 휴가길에도 유럽의 유명 호텔을 돌며 호텔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알파걸의 ‘가깝고도 먼 당신(?)’과 같은 인연이 향후 호텔사업 분야에서 어떤 신조어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