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8일째 계속되고 있는 병원 파업으로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이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녁 늦게까지 계속되는 시끄러운 집회 때문에 잠을 못들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박 씨의 부친은 갑자기 열이 나고 심박동수가 올라 피검사까지 받았다. 당장 목숨이 위태롭고 염증을 치료할 세균배양이 필요하지만 파업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의료파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박씨가 환자를 돌보면서 체험한 악몽같은 의료서비스 실태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고발해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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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일반직 근로자 파업의 큰 피해자 입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실질적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너무도 흔한 속담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 죄가 없는 환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합니다.
병원 벽에 덕지덕지 붙여진 붉은 색의 포스터…사람들을 선동하는 삐라처럼 붙여 미관상 좋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함이니 참으면 됩니다.
6월 27일부터 시작된 노동집회. 정말 시끄러웠습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안정을 취하고 일찍 잠을 들어야 하는 환자들은 시끄러운 민중가요와 구호로 인해서 잠을 못들고 불안에 떨었습니다.
한 발짝 양보해 시끄러운 것은 그냥 신경쓰지 않고 귀마개로 귀를 막고 자면 됩니다. 이것 또한 법치국가에서 합법적으로 하는 활동이므로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7월 6일엔 전야제를 하였습니다. 신의 도움이었는지 밤새 하기로 한 전야제가 비가 오는 관계로 밤 11시 정도가 되어서 ‘일찍’ 해산이 되었습니다. 이날도 똑같이 귀를 막고 참을 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하나 둘씩 퇴원해야만 하는 환자들이었습니다. 거의 회복되어가는 환자들이 퇴원하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환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신의 증세와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에 떨고 있습니다.
나는 환자의 보호자로서 너무도 억울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7개월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두번의 수술 그리고 기나긴 금식으로 인하여 거동조차 힘들어진 환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당장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구토를 하며 심장박동수가 엄청나게 오르는 환자입니다. 폐렴까지 겹쳤다가 이제 한시름 놓은 상태입니다.
하루 하루 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있다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갑자기 열이 3일동안 나고 심박동수가 올라서 피검사를 해보니 염증 수치가 올라갔다고 합니다. 세균배양을 하여 항생제를 맞기로 했습니다. 가래와 피, 그리고 소변을 채취하여 갔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와서 하는 말이, 파업으로 인해서 세균배양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패혈증의 증상이 올 수도 있고, 그것이 오면 빠른 속도로 나빠지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 일단 몸에 연결된 소변줄과 링거줄 등을 갈아보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식입니다. 의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이 와서 봐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나마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노동조합에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자신들은 법대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말을 먼저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위급상황 발생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위급환자는 의사의 소견을 보고 조치를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누구의 말이 거짓일까요?
이것은 소비자로서가 아닌, 그리고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파업에 대해 문의하려고 하니 벽에 붙은 포스터에는 노동조합 홈페이지 주소뿐이고, 항의를 하려면 의료원에 하라고 합니다.
정말 이게 무엇하는 행동입니까? 기독교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병원의 일반직과 의료원 누구의 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가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나의 가족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법안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나쁜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마다 약자들이 당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것을 말할 줄 아는 것이 국민의 발언 자유이며, 이런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 많은 곳에 이 행태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십시오. 너무 힘이 듭니다.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