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공구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기업가 김모(55)씨는 지난 2월 중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이모(43)씨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에서 이씨 일당 5명과 함께 1차례에 수백만원씩 판돈을 걸고 `바둑이'란 도박을 하다가 9천만원을 잃었다.
이씨 일당은 상심해 있던 김씨에게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다'며 사기도박을 제안, 도박장소에 사전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옆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상대방의 패를 확인한 뒤 알려주면 귀에 꽂고 있던 수신기로 듣는 수법을 이용해 10여일 뒤 최모씨 등 4명을 상대로 다시 도박판을 벌였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사기도박에서도 일당이 전해주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돈을 전혀 따지 못했다.
다시 상심해 있던 김씨에게 이씨 일당은 "이 수법이 잘 안 먹히는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쓰자"며 특수렌즈를 끼고 형광물질이 칠해진 특수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에 귀가 솔깃해진 김씨는 10여일 뒤인 3월 중순께 경기도 시흥의 한 관광호텔에서 이들과 함께 다시 도박판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도박판에는 이씨 일당이 김씨의 돈을 뜯기 위해 전에 썼던 수법과 똑같이 카메라와 모니터, 수신기 등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들은 김씨와의 도박에서 카드의 패를 미리 조작해둔 `탄'까지 써 김씨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진행, 김씨의 돈 1억5천만원을 따갔다.
김씨는 렌즈가 흐릿하고 카드에 표시해둔 부분이 잘 안 보이는 등 자신의 수법이 잘 안통하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도박이 끝난 뒤 같은 일당이라고 여긴 이씨 등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왜 못 땄느냐, 아직 서툴러서 그런 것 같다, 다음에 진짜 잘해보자"며 위로하는 말을 듣고 사기도박을 또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들에게 속은 김씨는 결국 4차례에 걸친 사기도박에서 모두 4억3천700만원을 잃고 말았다.
사기도박으로 돈을 따려다 회사운영 자금까지 날리게 된 김씨는 `뭔가 당했다'는 확신이 들자 자신의 도박범행이 밝혀질 것을 감수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소, 자신의 타짜행세가 모두 이들의 술수에 놀아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종호)는 지난 20일 이씨 등 2명을 상습도박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씨는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잠적한 일당 4명을 지명수배했다고 22일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