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투 기자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오랜만에 제주도로 날아갔다. 세미나 기간은 '1박 2일'에 불과했지만, 소요예산은 2,000만 원이나 된다고 했다. 참석하는 기자도 1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적은 인원에게 엄청난 예산을 책정했으니 '호화판 세미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봉투 기자 일행이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승용차 몇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곧바로 서귀포로 이동했다. 차를 타고 빙 둘러가면서 바다 냄새를 맡고, 산 냄새를 즐겼다.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서귀포에 도착했다.
여장을 서귀포의 '특급호텔'에 끌렀다. TV 연속극 등에도 가끔씩 나오는 유명한 호텔이었다. 기자들은 으리으리한 객실을 하나씩 차지했다. 객실이 엄청나게 컸다.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큰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얼마인지는 물론 몰랐다.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숙박비는 기자가 부담할 것이 아니었다.
세미나는 '색깔만 세미나'였다. 별다른 주제발표도 없었다. 주최측과 차를 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눈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주최측인 큰 단체의 현안이나 성격과는 동떨어진 대화였다. 호텔 시설이 멋지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어느 곳에 가면 무엇을 구경할 수 있다는 등 제주도 관광에 관한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설악산 세미나와는 정반대였다. 그런데도 큰 단체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김봉투 기자는 세미나 명분으로 열리는 '기자단 초청 간담회'라는 것을 제법 여러 차례 참석했다. 간담회는 대체로 비슷했다. 현안이 있을 때도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놀자판'이었다. 차 한잔 마시며 '잡담' 같은 대화를 조금 나누다가 술판을 벌이는 것이다.
주최측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기자들을 접대하면서, 안면을 익히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무슨 '사건'이 생기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말하자면 '보험' 성격의 세미나였다.
제주도 세미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짧은 '간담회'를 마치고 방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고급 방석집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파트너'들이 동석했다.
제주도까지 왔으니 기왕이면 다홍치마였다. 몇몇 기자가 '제주도 파트너'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도 출신 파트너는 없었다. 모두 '육지'에서 건너왔다고 했다. 강원도 어디, 충청도 어디라고 했다. 호남, 영남 사투리가 섞여 있는 말을 하는 파트너는 출신이 뻔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만했다. 전국 각지에서 물 좋다는 제주도를 찾아서 파트너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래서 '삼다도'라며 우스개들을 했다.
김봉투 기자 일행이 방석집으로 옮기기 전에 '낑'을 분배했음은 물론이다. 일부 기자는 '낑'을 아낌없이 파트너에게 재투자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파트너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특별히 '엄선'한 파트너들만 참석시키도록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김봉투 기자 일행은 두 팀으로 찢어졌다. 한 팀은 제주도 관광, 다른 한 팀은 골프였다.
골프 팀의 숫자가 관광 팀보다 훨씬 많았다. 골프채와 신발, 장갑, 모자, 공 등은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기자들은 몸만 달랑 옮겨가서 즐기면 그만이었다.
기자들의 뻔한 봉급으로는 골프를 즐길 여유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 때에는 물론, 지금도 역시 그렇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골프 접대에 익숙해져 있었다. 무슨 돈으로 언제들 배웠는지, 관광 팀의 숫자보다 골프 팀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팀은 골프를 4시간 정도 즐긴 뒤, 클럽 사우나에서 몸들을 풀었다. 전날 밤 '파트너' 덕분에 피로가 쌓였던 기자는 그 피로까지 깨끗하게 풀 수 있었다. 운동으로 몸을 풀고 사우나까지 했으니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관광 팀은 그 시간에 제주도를 일주했다. 간밤의 피로가 덜 풀린 기자는 승용차 안에서 졸기도 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 제주도를 구경하는 기자는 아내와의 즐거웠던 '과거사'를 되새겨보기도 했다.
주최측은 '옥돔' 등 제주도 특산물까지 선물로 준비해놓고 있었다. 아내와의 '과거사'를 되새겼던 기자에게는 제격인 선물이었다. 김봉투 기자 일행은 신나게 마시고, 놀고, '낑' 챙기더니 덤으로 선물까지 한 보따리씩 가지고 상경했다. '물경' 2,000만 원이나 되던 예산은 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