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가 '언니'들을 사로잡고 있다. 과격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남자들만 즐긴다고 생각하면 오산. 최근 케이블ㆍ위성 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격투기 프로그램들이 20대 여성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XTM이 5일 방송한 'K-1 월드 그랑프리 2007 홍콩'의 여성 시청률은 1.393%(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케이블ㆍ위성의 전체 채널 가운데서는 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남녀 전체 시청자를 통틀어 이 프로그램의 시청 점유율이 19.19%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간 MBC드라마넷에서는 화제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연속 방송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K-1' 경기가 동시간대 케이블ㆍ위성 채널의 여성 전체 시청률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이에 앞서 3월 방송된 'K-1 WGP 2007 요코하마 대회'와 4월 'K-1 WGP 2007 하와이 대회' 역시 여성 시청률이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프라이드 쇼다운'과 'UFC'를 정기적으로 중계하고 있는 수퍼액션 역시 "지난해 모든 격투기 관련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종합한 결과 남성 대 여성의 시청률이 7대 3 정도의 비율로 나타났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여성 시청률이 조금씩 더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토종 격투기 대회 '스피릿MC'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더 높다. 특히 '스피릿MC'의 경우에는 20대를 기준으로 여성 시청률이 남성 시청률보다 높게 나오는 이색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장에서도 여성 관객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젊고 매력적인 선수들이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덕분에 이것이 시청률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
6월17일 방송된 '스피릿MC 인터리그 6'의 경우 20대 남성의 시청률은 0.025%였던 것에 반해, 20대 여성의 시청률은 0.186%를 기록했다. 또 4월 방송된 '스피릿MC 11'도 20대 남성 시청률은 0.039%였는데, 20대 여성 시청률은 0.225%로 나타났다.
격투기도 종목에 따라 잔인함과 격렬함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 역시 여성 시청층을 사로잡는 이유다. 비교적 덜 잔인한 격투기의 경우 여성 시청자들이 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분석.
XTM 홍보팀의 곽대윤 씨는 "K-1처럼 서서 하는 경기는 상대가 넘어지거나 주저앉아도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다른 종목들에 비해 확실히 덜 잔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여성들도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퍼액션 홍보팀의 안미현 대리는 "남성 시청자들의 시청률이 출전 선수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 않는 반면, 여성들은 아무래도 국내 선수나 유명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