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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아저씨도 말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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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아저씨도 말이름
  • 헤럴드경제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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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는 아줌마! 아줌마! 약 2마신 차이로 아저씨 제치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할인마트에서 폭탄세일 품목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계하는 게 아니다. 과천 경마장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멘트다. 수 많은 경주마들이 기수들과 함께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과천 경마공원에있는 1400여두 말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이름이 있다. 경마팬들에게 때로는 환희를, 때로는 좌절을 안겨주는 경주마들의 재미있는 이름을 살펴본다.

앞서 등장한 '아줌마'와 '아저씨'는 당당히 과천 경마공원에 등록된 경주마들이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멋진 경주마의 이름으로는 너무나 친근해 저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이들 외에도 만만찮은(?) 이름의 소유자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자신을 찍은 팬들을 감동시킨다는 뜻을 가진 '감동의순간', '감동의주말', '감동의투혼'이 있다. 그 이름을 지은 마주의 뜻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형사는 아니지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강력반', 양보없이 경쟁하겠다는 '격렬한'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기대대로, 기대부응은 어떤가. '여러분이 찍으신대로 우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국어를 다소 훼손하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름도 있다. 난다나라, 사가라무드라. 난다나라는 이름 그대로 날 듯이 잘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고, 사가라무드라는 '이 말의 마권을 사고 돈을 묻어라'라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이름이다.

나가세, 나먼저, 앞서자, 어서가, 당당한, 전진하리, 믿으마 역시 친근함이 풍긴다. 다만 '어서가'의 경우 마주가 말에게 하는 말이겠지만, 경쟁마들이 읽어도 불끈 승부욕이 솟아난다는 예상못한 부작용도 있다. 아줌마-아저씨처럼 콤비로 기억할 말로는 미남-미녀가 있다. 룰루랄라, 우와처럼 감탄사를 마명으로 삼은 것도 있으며, 구 소련의 대표적인 전투기에서 따온 수호이도 눈에 띈다. 속도가 최고의 미덕인 경마이기 때문인지 스피드, 혹은 스피디라는 단어를 쓴 말이 13두로 가장 많다.

경주마의 이름은 누가 짓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주마는 사람처럼 작명소나 부모님이 지어 줄 수 없으므로 소유자인 마주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서울경마공원 마방에 기거하고 있는 약 1400여두의 마필 이름을 살펴보면 크게 혈통의 우수성,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 마필의 외모, 생산지역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혈통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마필로는 ‘가문영광’, ‘명문가문’ 등이 있는데 이는 서울 경마공원 씨수말 순위 상위를 기록했던 ‘컨셉트윈’, ‘퓨처캐스트’ 등의 피를 이어받은 우수 혈통의 계승자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뼈대있는 집안'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는 럭키세븐, 금고, 황금물결, 골든벨 등으로 알찬 수익을 기대하는 마필 관계자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백광‘, ’갈샘‘, ’갈색무적‘ 등은 외모, 특히 털색깔에서 착안한 것이다. 생산지나 마주의 고향 등을 나타내는 이름으로는 ’남도사랑‘, ’남해금산‘, ’삼다미인‘, ’삼다한라‘ 등도 있다.

그러나 마명은 무조건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주마의 이름 등록을 관장하고 있는 KRA의 한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마주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마필을 구분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뜻이 불분명한 경우는 말 이름 등록 규정상 불가한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이름은 절대 안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보호를 받는 ’국제보호 마필 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등록이 불가하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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