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차량사고가 끊이지 않아 운전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몇개월동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신호대기중인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미친듯이 튀어나가고, 외출을 위해 시동을 켜고 변속기를 드라이브(D)에 놓는 순간 차가 앞으로 돌진했다.
또 공영주차장에서 차를 옮기기 위해 시동을 켜고 움직이려는 순간 급진하고, 주차하기 위해 정차후 후진조작중 갑자기 차량이 앞으로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모두가 갑작스럽게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추돌사고를 내고, 콘크리트 옹벽 또는 주차장 기둥 등을 들이받아 차량이 크게 부서지고 운전자가 다치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차량의 연식에 관계없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이같은 차량 급발진 추정사고에 대해 해당회사는 대부분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소위 '물증'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차량의 결함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보험회사의 보험혜택도 받을 수 없어 소비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 사고는 있었지만 확인된 경우는 아직 없다"며 "피해구제가 접수되어도 기계적인 결함이 입증되어야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급발진 추정 사고로 피해를 본 사례를 정리했다.
#사례1=회사원 고재만(53·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씨는 며칠 전 부인으로부터 자동차 사고가 났다는 전화벨이 삐~리릭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물어보니 “박았다”며 빨리 중구 반월당 사거리로 오라고 했다. 부인은 지금까지 10년 넘도록 운전하면서 접촉사고 한번 없이 잘 다녔다.
현대차 ‘아반떼’ 신차를 8월 3일 구입하여 9일 사고났으니 6일동안 200 K도 못탄 상태였다. 사고지점을 향하는 동안 오만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사고처리는 다된 상태였다.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던 부인은 “너무나 항당하다”며 겁에 질려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반월당 사거리 지점에서 차가 밀리는 저녁시간 신호 대기중 자동변속장치를 중립에 놓고 핸드브레이크를 당기고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고 자동변속장치 중립 N 상태에서 핸드 브레이크를 푸는 순간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하는 것을보고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는 사이 앞차 택시 범퍼를 박고 앞차 택시는 그 앞차 범퍼를 박고 차가 멈췄다고 하였다. 급발진 사고였던 것이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동차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 사고로 앞차 2대 운전자와 승객 한분이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단순히 목이 뻐근하다고 하여 병원에 입원했다. 택시 운전자와 경찰서도 급발진이라고 인정했다.
현대차측에 규명과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급발진은 없는 것”이라며 단정했다. 현대써비스측도 점검후 엔진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기계 또는 전자제품에는 오작동 이란 것이 존재하는데도 자동차 회사에서만큼은 팔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급발진은 오작동이고 당연히 자동차 결함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책임보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례2=소비자 이유진(여·30·부산 동래구 온천동) 씨는 7월 17일 오후 외출하려고 차에 시동 걸고 ‘D’로 놓는 순간 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너무 놀라 ‘N’에 놓고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고 있는데도 차는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좁은 골목길이라 갈 곳도 없고 주차된 다른 차를 들이받을것같아 핸들을 돌려 빌라 주차장 기둥을 들이받았다.
순간 에어백이 터졌고, 차의 앞부분은 거의 박살나고 바퀴는 다 찢어지고, 휠도 다 부서졌다. 차가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왔다.
그 골목은 아주 꾸불꾸불해 초보는 운전하기도 힘든 골목이다. 속력을 낼 수도 없는 곳이다. 너무 놀라 차에서 내렸고 보험사와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경찰은 그냥 사고 지점에 락카로 선만 그어 주더니 보험처리하라고만 말하고 가버렸다. 보험사는 차가 몇년식이냐고 물었다.
사고 차량은 2002년식 ‘뉴 이에프 쏘나타 골드’였다. 아버지가 가게를 운영하셔서 차를 모셔만 놓고 계시다시피 했다. 주행거리도 1만km 정도 될 무렵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다니느라고 1만km 정도 더 탔을 뿐이다. 연식은 오래됐지만 km는 2만 밖에 되지 않았다.
5년동안 멀쩡하던 차가 왜 갑자기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현대측은 이것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다른 사례를 찾아봐도 거의 인정받은 사례가 없는 것같았다.
이 씨는 “다쳤는데도 너무 답답해 병원도 못갔다. 정말 억울하다. 차는 박살나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누구한테 하소연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급발진을 확인하려면 우리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를 해야한다고 한다. 보험사에서는 보험도 해주지않는다”고 하소여했다.
#사례3=의료계에 종사하는 김현미(여·36·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씨는 6월 30일 가족과 함께 맛있기로 소문난 대치동 함흥냉면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데 문가에 있던 사람들이 식당앞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는 게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 계산을 하다가 밖을 봤다. 김 씨의 차가 어떤 차가 들이받고 있었다.
더 황당한 건 식사를 하는 내내 차가 그렇게 된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는데도 식당 직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집은 주차요원만 4명이 넘었다.
주차요원은 “요새 급발진 사고가 빈번하잖아요. 사람이 타지 않고 있던 차가 저절로 그냥 튀어나와 받은 거라고요”라고 뒤늦게 말했다.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식당주인은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았다.
김 씨는 “차는 보험처리해서 고치면 된다지만 황당한 일로 소중한 주말을 망쳐버렸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4=대학생 이현철(29·전남 장성군 진원면) 씨의 아버지(이용길 씨)는 2004년식 쏘렌토 TLX 오토차량을 타고 다닌다. 3년 다 되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3월 29일 오후 4시쯤 이 씨는 장성읍 영천리 공영터미널 뒤편 노상주차장에서 차를 옮기기 위해 시동을 걸자 바로 차량이 급발진했다. 10여m를 급진한 끝에 양쪽 에어백이 터지고 무릎을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전면에는 가게가 있고 사고시간에 아주머니들이 그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 자동반사적으로 차를 오른쪽으로 틀면서 철근콘크리트 옹벽을 들이받은 것이다. 그 튼튼한 옹벽에 금이 갔을 정도로 충돌은 강했다.
너무 화가 나서 기아차에 전화를 했지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이부서 저부서 연결을 시켜가며 제대로 상담다운 상담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정비팀에서 와서 사고현장을 보더니 “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는 식이고, 차량 수리를 의뢰하면 잘 고쳐주겠다고 답변했다.
이 씨는 “지속적으로 항의하려고 현재 사고현장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며 “이 황당하고 답답한 마음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사례5=소비자 최락현 씨는 4월 1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시화공단 (주)이노캐스트 사내에서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정차후 후진조작중 차량이 앞으로 급발진했다.
브레이크를 작동하였으나 공장출입구 출입문과 충돌후 차량의 시동이 꺼졌으며, 차량의 왼쪽 범퍼, 라이트부분이 손상되었다.
4월 17일 보험회사와 쌍용자동차에 연락하여 급발진 내용을 전달하였다. 당일 쌍용자동차와 보험회사에서 현장에 나와 현장조사 및 차량 상태유무를 확인하고 갔다.
1월에 차량을 출고하여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겨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를 무시할수 없기에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였다.
쌍용자동차 경인지역 A/S담당자는 "지면에 생긴 브레이크자국은 인위적으로 생길 수 없는 사항이다"라며 "차량의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하여 발생된 것같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이 후 쌍용자동차 고객센터에 연락후 답변을 기다렸다. 쌍용자동차 고객센터는 차량에 대한 결함이 없다고 통보했다.
최 씨는 “바닥에 보시면 선명하게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고 차량이 이렇게 파손되었는데도 쌍용자동차는 심각성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며 격분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는 기계적인 결함 때문인지, 운전자 조작미숙 때문인지 판명이나 입증이 어렵다. 재현이 안되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또 “지금까지 소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 사고는 있었지만 확인된 경우는 아직 없다. 대법원 판례를 봐도 그렇다. 피해구제가 접수되어도 기계적인 결함이 입증되어야 보상이 가능하다. 참 어려운 부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