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이 연임을 앞두고 봉합되지 않은 태안 유류피해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고 당시 회사 측은 유류피해사고 직격탄을 맞은 태안에 발전기금 1천억원을 지원키로 약속했지만 여태까지 한푼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태안발전기금을 5천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
삼성중공업은 호시탐탐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거나 이를 검토하는 등 든든한 곳간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 태안사태는 외면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5일 문승일 태안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23일 2차 모임을 가져 4년만에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며 "당초 5대 요구안 중 2안이 해결됐지만 쟁점인 1천억원의 태안발전기금 증액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안 유류피해는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돼 청정해역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1월21일 사고발생 47일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85일만인 2월29일에 이사회를 열어 발전기금 1천억원 출연을 결정했다.
그러나 태안유류피해사고가 발생한지 4년이 지났지만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역주민 1천여명이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와 삼성중공업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삼성이 도덕적 책임을 지고 1천억원으로 설정된 태안발전기금을 5천억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 사무국장은 "경기대학교 등 전문기관 5곳이 유류피해로 인한 생태계 손실비용 등을 산출한 결과 5천억원 이상이 나왔다"며 "대법원 판결에서도 삼성중공업이 가해자로 지목됐는데도, 지난해 8천억원이나 순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여건상 5천억원은 어렵다며 어물쩡 넘어가려한다"며 비난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분식회계로 불발됐지만 지난해 약 500억원에 산업용 보일러업체인 '신텍' 인수를 추진했었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STX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인 STX OSV 인수가능성도 검토했다. STX OSV가 분리매각되지 않을 경우 인수 예상가격은 약 8천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자산규모 16조원에 지난해 3분기까지 현금성자금만 4천억원이다. 지난해 13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고, 올해는 137억달러 상당의 수주목표를 세워 14조9천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순이익은 8천600억원에 육박했다. 또 매년 1천억원이 넘는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 2008년 1월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주요 일간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한 달 뒤 피해지역발전기금 1천억원 출연을 포함한 지원대책을 발표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며 "피해보상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1천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이 지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차원에서 정부, 지자체에 출연키로 한건데 수탁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회계처리도 마쳐 지금이라도 집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오는 16일 서울 YMCA강남지회에서 제38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1천억원 가량의 현금배당 지급안과 노인식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