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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낙하산 상징' 은행 상근감사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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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낙하산 상징' 은행 상근감사 사라지나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2.03.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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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 낙하산' 눈총을 의식해 아예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가운데 상근감사 제도가 없거나 폐지한 곳은 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지주, 한국스탠타드차타드은행(SC은행) 등 4곳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산은금융지주 계열의 산은자산운용이 합세해 상근감사 제도를 없애거나 폐지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비리사태를 계기로 금감원 출신을 감사 자리에 영입하는 데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탈많은' 상근감사 제도 대신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감사역할을 맡기려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그간 후임 감사 선임을 위해 여러 후보군을 놓고 고심했으나 금감원측이 공직자윤리법(퇴직 후 2년 이상)에 저촉되지 않는 금감원 출신인사까지 선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결국 상근감사 폐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일단 감사위원회체제로 가다 '금감원 낙하산 논란'이 잦아들면 다시 상근감사 제도를 부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출신인 석일현씨가 상근 감사를 맡고 있으나 이달 중 그의 임기가 끝나는 대로 상근감사제도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체제로 전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원우종 감사(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 출신)가 후임 감사 선임 지연으로 1년째 보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번 주총에서 그를 퇴임시키고 감사위원회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자산운용도 최근 재무부 출신 사외이사인 박승순씨를 비상근 감사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하나금융과 신한은행은 감사위원회 강화와 더불어 감사대행 자리를 신설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사대행의 경우 이름만 바꿨을 뿐 금감원과 감사원 등 금융당국 출신인사 영입이 얼마든지 가능해 여론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기로 의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사대행으로 갈지, 감사위원회가 감사업무를 맡게 될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상근감사 폐지나 감사위원회로 가는 부분에 대해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은행법상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둬야 하지만 상근감사 제도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그간 하나금융을 제외한 타금융지주사에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감사업무를 맡아왔다.

은행의 경우 상금감사를 폐지한 곳은 SC은행이 유일하다. SC은행은 지난해 11월 고영준 상근감사(금감원 조사2국 국장 출신) 임기가 만료된 후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감사본부장제도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박수경 감사본부장이 감사업무를 맡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상근감사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감사대행위원을 두고 있다. 재무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종규 상근감사위원대행이 지난 2009년부터 감사업무를 맡아오다 이달 22일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외환은행은 이종규씨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수 은행들이 금감원과 감사원 출신의 상근감사를 두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박동순)과 하나은행(조선호), 한국씨티은행(김종건)은 금감원 출신의 상근감사를, 우리은행(김용우)과 기업은행(윤영일)은 감사원 출신의 상근감사를 두고 있다.

은행권 내에서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비난 여론을 피한 일시적 방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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