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선진화된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지 채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협력업체인 태원기업 소속 이모(42세)씨가 지난 20일 오전 11시45분께 작업중 추락사고로 숨졌다.
이 씨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건조 중인 선박에서 이동하다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씨는 두개골 골절 등으로 출혈이 심해 곧바로 인근 거재 백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작업자가 발을 헛디뎌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자세한 정황은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2일 삼성중공업 박대영 거제조선소장이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과 '안전한 거제 만들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5개월여만의 일이다.
안전보건공단 측은 거제시민 5명 중 1명꼴로 조선소 근무자인데 각종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대형조선소의 선진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다른 곳으로) 확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거제시는 도내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이상으로 가장 높고, 특히 선박건조 및 수리업에서 재해자의 34%, 사망자의 44%가 발생했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
2004년 12월 말 거제 삼성중공업 작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직원 김모(32세)씨는 선별작업 중이던 7t 지게차를 도와 직접 기자재를 빼내려다 뒤쪽에 쌓인 기자재 다발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했다.
그해 9월에도 이 회사 공채로 입사한 조립1과 소속의 정모(24)씨가 작업 도중 철판집게(크램프) 4개 중 1개가 떨어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6년에는 1년간 사망사건이 3건이나 발생해 정부로부터 산재예방관리 불량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불명예를 씻고자 2010년 1월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작업장에서 '그네식 안전벨트'를 도입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네식 안전벨트는 어깨와 골반에 끈이 연결돼 추락시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
조선소 대부분이 사용하는 허리식 안전벨트는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착용자의 흉부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허리가 쉽게 꺽이는 등 2차 사고가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삼성중공업은 5개월간 특별팀을 구성해 착용감이나 활동성이 업그레이드 된 그네식 벨트를 개발했다고 과시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안전보건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작업을 멈추고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원청하청업체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터무니 없는 금액으로 재하청을 주는 등 다단계식 사내하청 계약으로 쉴 틈 없이 일하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안전보건 근로감독관이 지역에 3~4명꼴로 태부족인 상황이어서 재해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