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랩열풍'을 주도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 잔액이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등 새로운 투자상품에 밀려 연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겪으면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8조3천974억원에 달했던 26개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올해 2월 5조9천834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6월 9조669억원을 기록했던 잔액이 8월부터 두 달 동안 매달 1조원 가량씩 대거 빠져나가면서 급감했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 등이 투자자문사에서 종목 선정에 대한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상품으로 개인별 성향에 맞춰 20여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이 상품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위기 확대 등으로 고객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 잔액은 연일 급감하고 있다. 자문형 랩 판매율 1위인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잔액은 작년 6월 말 3조4천억원에서 올 3월 말 현재 2조2천억원으로 1조2천억원 가량 줄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말 1조2천700억원에 달했던 잔액이 올해 3월 말 8천4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작년 7월 말 1조1천46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7천25억원으로 4천439억원이 감소했다.
자문형 랩의 고객 이탈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은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증시 흐름에 연동된다”며 “최근 수익률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펀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ETF를 활용한 투자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자문형 랩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최근 시장에는 ETF주식 랩, 적립식랩, 분할매수 랩 등 여러 형태의 ETF랩 상품이 주식형 펀드의 대안투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ETF는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되는 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