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보유지분의 담보대출 비율이 가장 많은 오너는 두산 박용만 회장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주)두산 보유 지분 85만9천962주 가운데 95.8%에 달하는 82만4천262주가 질권 설정됐다. 회사 측은 오너 개인 용도의 대출이라는 입장이다.
질권은 연대 보증의 개념으로 채무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채권단에 우선 지분의 처분 권리를 준다. 통상 그룹 경영상 어려움이 없는 경우라면 오너의 사적인 대출 개념으로 해석된다.
23일 마이경제 뉴스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국내 19개 그룹 총수 보유 주식의 담보비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 두산 박용만 회장을 비롯한 7개 그룹 오너들의 지분 담보비율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했다. 그룹 총수지만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담보비율이 줄어든 총수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5명으로 나타났다.
삼성 이건희 회장, LG 구본무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 코오롱 이웅렬 회장 등 6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식 담보비율이 ‘0’이었다. 가장 넉넉한 호주머니를 가진 셈이다.
이달 초 취임한 박용만 회장의 경우 작년 이맘때에는 보유지분을 담보로 잡히지 않았었기에 증가율도 가장 높은 총수가 됐다. GS 허창수 회장 역시 1년 전에는 담보로 잡힌 주식이 없었으나 작년 6월과 8월 각각 일반자금대출을 위해 지분을 담보로 잡혔다.
LS 구자홍 회장이 19.5%에서 22.4%로 SK 최태원 회장이 17.9%에서 20.5%로 각각 2.9%p와 2.6%p 높아졌다.
작년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역시 34.5%에서 36.2%로 주식 담보비율이 1.7%p 상승했다.
정 회장의 경우 현대차 주식은 57.6%,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100%가 담보로 설정돼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26.5%)과 CJ 이재현 회장(30.9%)은 0.5%p와 1.2%p 소폭 상승했다.
반대로 현대 현정은 회장은 지난 3월 대출금을 상환하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담보가 해지돼 비율이 1년 전 85.4%에서 29.9%로 크게 낮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경우 1년 전 담보비율이 99.2%였으나 현재는 상환이 완료돼 주식담보가 없다. 효성 조석래 회장 또한 80.5%이던 담보비율이 현재는 0%인 상태다.
대한전선 설윤석 사장(15.6%p) STX 강덕수 회장(12.3%) 동부 김준기 회장(7.6%p) 등도 주식 담보비율이 떨어졌다.
주식 담보비율이 가장 높은 총수는 두산 박용만 회장이었으며 동부 김준기 회장과 대한전선 설윤석 사장이 각각 72.2%와 66.1%로 뒤를 이었다.
STX 강덕수 회장(37.5%)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36.2%) CJ 이재현 회장(30.9%) 등이 30%대 담보비율을 보였다.
이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29.9%), 한화 김승연 회장(26.5%), LS 구자홍 회장(22.4%), SK 최태원 회장(20.5%), GS 허창수 회장(0.4%) 순이었다.
총수들이 주식을 담보로 잡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출이었다.
SK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LS 구자홍 회장, CJ 이재현 회장, 동부 김준기 회장, 현대 현정은 회장, GS 허창수 회장, STX 강덕수 회장 등은 대출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회장 지분은 박용만 회장과 마찬가지로 질권 설정됐다. 대한전선 설윤석 사장의 경우 채권단 협조융자를 위해 주식이 담보 설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담보 제공 주식은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지만 재산권은 행사할 수 없는 껍데기 주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식을 무리하게 담보로 제공할 경우 상황에 따라 경영권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는 과거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주식에 풋백옵션(매도선택권)을 걸고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그룹이 존망기로에 오르는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