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최대 판매채널로 각광을 받던 방카슈랑스(은행을 통한 보험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홈쇼핑을 통한 보험 판매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방카슈랑스의 경우 은행들이 수수료 문제로 판매를 축소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와 KB, BNP파리바 등 생보사가 가세해 홈슈랑스(홈쇼핑을 통한 보험판매) 확대에 나섰다.
손보업계에서는 1위인 삼성화재가 CJ, GS, 롯데, 현대 등 국내 4대 홈쇼핑을 통해 2가지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매월 받는 가족생활보험'으로 3~5년 동안 가입하는 장기보험이 주력이다. 삼성화재는 주요 손보사들 가운데 텔레마케터(TM)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4위 기업인 LIG손보(대표 김병헌)도 홈쇼핑 채널을 강화할 방침이다.
LIG손보는 지난 4월부터 GS홈쇼핑(대표 허태수)을 통해 다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손해율 악화로 판매가 전면 중단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LIG손보 관계자는 "실적 수치는 크지 않지만,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홈쇼핑 영업실적이 전월대비 20~30% 정도로 성장률이 높다"면서 "7월 이후에 홈쇼핑 채널을 한 곳 더 추가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보업계의 경우 BNP파리바카디프생명(대표 쟝 크리스토프 다베스)이 지난 14일부터 GS홈쇼핑을 통해 '더블플러스 정기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카디프생명은 상품 판매채널을 다각화시키는 일환으로 홈쇼핑 채널을 뚫었다.
카디프생명 관계자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2012년부터 판매채널 다각화를 추진해왔다"며 "이번에 홈쇼핑 채널에 진출하면서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디프생명은 프랑스 본사가 지분 85%, 신한은행이 15%를 갖고 있다. 그동안 신한은행(은행장 서진원) 등 제휴사를 통한 방카슈랑스로 연간 수천억 원 가량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카디프생명은 앞으로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보험 상품 종류를 늘리고, 제휴하는 홈쇼핑 채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5월부터는 KB생명보험(대표 김진홍)이 대리점 계약을 맺은 CJ오쇼핑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생명이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CJ오쇼핑이 회사내 보유중인 고객 정보를 통해서 상품이 팔리는 방식이다. CJ오쇼핑이 보험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KB생명은 CJ오쇼핑(대표 이해선·변동식)과 긴밀히 접촉해 홈쇼핑 맞춤 보험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KB생명 관계자는 "올해 초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건 이후 상반기 영업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고객정보 자료(DB)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홈쇼핑과 카드사 제휴 등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B생명은 이미 현대카드와 협업 중이고, 롯데카드와 전산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한편, 지난 7일부터는 삼성카드와도 업무를 제휴하는 등 영업망에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KDB생명보험(대표 조재홍)도 2000년대 중반부터 홈쇼핑 채널에 진출했다.
KDB생명(구 금호생명)은 농수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다가 계약 문제로 2012년에 중단됐었다. 이 보험사는 지난해 6월부터 GS홈쇼핑을 통해 'KDB 두배로 연금보험'을 다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홈쇼핑을 통한 판매를 추진하는 보험사들이 늘면서 일명 '홈슈랑스(홈쇼핑+보험의 합성어)'가 방카슈랑스(은행+보험)에 이어 대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홈쇼핑 채널은 외국계 손보사들이 주로 저축성보험이나 실비보험 등을 판매하는 통로 정도로만 활용됐다. 설계사들의 영업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중소형사 또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홈쇼핑 판매채널에 진출해왔다. AIA생명과 ACE화재, 라이나생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을 팔거나 치과 등 의료보험을 주로 판매해왔다.
보험사들이 홈쇼핑 채널로 고개를 돌리는 배경에는 주 수입원인 방카슈랑스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초회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올 들어 15개 생명보험사 중 12개사가 방카슈랑스 비중이 축소됐다. 생보사들은 전체 수입의 70~90% 가량을 은행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1~2월 누적치를 보면 삼성생명이 88% 감소했고, KDB생명과 동양생명 신한생명 한화생명 등이 80% 넘게 수입이 줄었다. 손해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처럼 방카슈랑스 수입이 줄어든 것은 중간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은행들이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방카슈랑스 관리감독이 강화돼 불완전판매 등으로 제재를 받을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