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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소비자 중심경영' 결의 잇달아...DLF사태로 경영철학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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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소비자 중심경영' 결의 잇달아...DLF사태로 경영철학 바뀌나?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12.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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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소비자 중심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소비자보호 조직을 확충하고 각 협회 단위로 소비자 중심 경영 자율결의를 외치는 등 소비자보호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업권에서 소비자 보호 영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 자율결의 형태로 실제 각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이 되는 등 실질적인 내용이 있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각 금융협회 소비자중심 자율경영 결의...소비자보호조직 강화도

은행연합회(회장 김태영)는 지난 23일 18개 회원은행과 함께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소비자 신뢰회복과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자율 결의를 했다.

소비자 중심의 영업문화 정착을 통해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며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소비자 보호 절차를 강화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것으로 소비자 보호를 기반으로 한 신뢰 회복은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임을 모든 은행장들이 공감하고 결의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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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연합회는 지난 23일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소비자 신뢰회복과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자율결의를 했다. ⓒ은행연합회
주요 내용으로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등 고객가치 관련 항목 반영하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상품위원회 및 소비자보호기구 사전 의결을 거쳐야하며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금융투자상품 판매 절차 공동 매뉴얼(가칭)을 마련한다는 점이 포함됐다.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들은 자율결의 사항을 각 은행 내규에 반영해 빠른 시일 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소비자 민원 이슈가 많은 생·손보협회도 소비자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 정착을 위한 사장단 자율결의 대회를 열었다.

생명보험협회(회장 신용길)는 지난 10일 열린 결의대회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분쟁예방장치 마련 ▲ 소비자 중심 영업문화 정착 ▲ 가치중심 경영 추구 ▲ 포용적 금융 실천 등을 골자로 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회장 김용덕)도 이에 앞선 지난 달 6일 '소비자 신뢰회복과 가치경영 결의대회'를 열고 ▲ 불필요한 분쟁 사전예방 ▲ 불완전판매 근절 ▲ 포지티브 경영전략 모색 ▲ 산업의 포용적 가치 실현 등을 담은 결의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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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손보협회도 최근 사장단 결의대회를 열고 소비자 신뢰회복과 소비자 중심 경영 패러다임 정착을 다짐하기도 했다.

최근 각 금융회사별로 이뤄지고 있는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도 소비자보호 조직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독립선임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임원급 CCO의 독립선임과 소비자보호부의 독립 및 승격 등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민원이 다른 업권에 비해 적어 그동안 소비자보호에 소홀했다고 평가 받았던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1·2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와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은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CCO를 선임했고 모범규준에 따라 내년부터 독립적인 CCO를 선임해야하는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과 삼성증권(대표 장석훈),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궈밍쩡)도 CCO 선임을 준비중이다.

중소형사 중에서도 교보증권(대표 김해준)이 임원급 CCO를 선임했고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은 준법감시인 조직을 준법감시본부로 개편하고 해당 본부에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하며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에 힘을 실어줬다.

보험업권에서는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윤열현)이 독립적 권한을 가진 CCO를 신규 선임했고 롯데손해보험(대표 최원진) 전연희 상무보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면서 CCO로 임명했다. 전 상무는 롯데손보 최초 여성임원이기도 하다.

아직 임원인사가 확정되지 않은 은행권의 경우도 CCO 별도 선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각 금융회사들이 CCO 임원을 대거 선임하면서 소비자보호 조직의 권한과 위상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전문가들 "금소법 제정·DLF 사태가 촉매제"...자율 결의로 끝나선 안돼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업권에서의 소비자보호 조직 강화와 소비자 보호 중심 경영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하 금소법)의 힘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최초 발의 이후 8년 넘게 공전 상태에 있다가 올해 하반기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어 현재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금소법이 제정되면 불완전 판매를 비롯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업무가 법적으로 보장되면서 소비자보호 업무에도 탄력이 붙었다.

올해 하반기 금융권을 휩쓸었던 'DLF 사태' 역시 금융회사들의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일조했다. DLF 사태는 투자위험이 높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리스크 감당 능력이 없는 일반 은행고객들에게 판매해 문제가 된 것으로 은행들의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관리에 치명상을 입혔다.

각 업권 별로 내놓은 소비자중심 자율경영 결의 사항에서도 DLF 사태의 흔적은 남아있다. 은행들의 경우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가치 관련 지표를 넣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소비자보호기구에 사전 의결을 받도록 결의했고 보험업권에서도 민원분쟁 최소화, 가치중심 경영 추구 등 수익성 일변도의 경영에서 탈피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DLF 사태라는 큰 사건이 있고 나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발표가 나오니 맞춰서 하는 측면이 있어 아쉽긴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선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인 규제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와 같은 소비자보호체계가 금융회사 내에서 시스템화되는 중요한 발자국을 띠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각 회사와 협회의 자율결의로 끝나지 말고 금융회사들이 내규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 실제 금융회사들의 경영 환경에서 소비자보호가 충분히 반영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각 협회는 자율결의 선언문을 통해 결의 내용을 각 회사 내규에 포함하거나 금융당국과 협의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자율규제라는게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상인 경우가 많은데 현재 법제화 중인 금소법과 함께 시행된다면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제도 개선과 함께 자유규제가 병행되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금융회사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자율결의를 한 것은 얼마든지 좋지만 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고도의 주의를 기울였어야했는데 영리추구만을 생각한 나머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 아니겠는가"라며 "향후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소비자보호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상품설계부터 판매 이후까지 내부적인 자체 검증시스템도 가동해보는 등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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