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최저가' 문구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보고 상품 구매를 결정했다가 결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수수료 등 숨겨진 비용이 추가돼 소비자를 당황하게 하는 사례가 이커머스, 패션, 여행 플랫폼에서 잇따르고 있다.
검색 첫 화면에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 과정에서 숨겨진 수수료나 필수 비용을 단계별로 추가해 더 높은 최종 금액을 청구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은 대표적인 다크패턴 유형 중 하나다.
소비자로서는 최초에 인지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할 여지가 있다. 또 상품 간 가격 비교도 어렵다는 견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순차공개 가격책정'을 금지해야 할 다크패턴 행위 중 하나로 규제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행·숙박 플랫폼 아고다에서는 부산 소재 호텔 가격이 첫 화면에 27만8722원으로 표시됐지만 결제 최종 단계에서는 33만7254원으로 약 30% 더 비싼 가격이 안내됐다. 아고다는 '예약 가능한 최저가'로 안내했고 '당사 잔여 객실 단 2개'라는 문구를 노출하며 즉시 결제를 유도했지만 결제창에서는 객실 가격에 세금 및 제반요금이 추가됐다.
부킹닷컴의 경우 지난해에는 아고다와 동일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첫 화면에 명시된 금액과 결제창에서의 금액이 다른 상품이 거의 없었다. 그 사이 다크패턴을 개선한 것이다.

트립닷컴과 호텔스닷컴도 첫 화면에서 세금·수수료가 포함된 총금액을 안내했다. 트립닷컴은 추후 현지 호텔에서 체크인 시 부과되는 금액도 병기했다.
패션 플랫폼에서는 지그재그에서 상품 판매 첫 화면에 명시된 최저가보다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이 더 높은 사례가 발견됐다. 정가 6만3000원 짜리 상품 가격이 48% 할인돼 4만4000원으로 표시됐고, 그 아래 '최저가도전'이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색으로 3만3000원의 가격이 강조돼 있다.
특히 바로 아래에는 예상 최저가로 3만1460원이 표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받아 3만1000원대에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여지가 크다. 특히 판매 페이지에는 '특가 종료 시 더 비싸진다'는 문구도 표기돼 있다.

할인 쿠폰이 적용됐지만 최종 상품 금액은 3만7400원으로 소비자가 기대한 최저가보다 비싸다. 자칫 주의를 꼼꼼히 기울이지 않고 첫 화면에서 본 금액만 생각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생각보다 더 큰 금액을 내는 게 된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진행하는 반품 및 환불 과정은 오롯이 감내해야 할 불편이다. 결제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추가해야 예상 최저가에 부합한 금액이 나온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앱에서 제공하는 '예상 최저가'는 보유한 쿠폰과 더불어 카드사 제휴 등 결제 혜택, 마일리지까지 모두 적용하여 최대 할인 금액을 합산한 가격"이라며 "실제 결제 단계에서 특정 옵션 선택이나 마일리지 적용 여부 등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예상 최저가 적용 조건을 모두 안내함으로써 소비자 오인을 방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무신사와 에이블리는 첫 화면에 명시된 최저 금액과 장바구니 또는 결제창에서 청구되는 금액이 동일했다. 상점 페이지에서부터 '나의 할인가' 혹은 '나의 예상 구매가' 등으로 소비자가 보유한 할인 쿠폰이나 할인되는 결제 수단을 반영한 금액을 고지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가구, 가전, 운동기구 등 일부 품목에서 추가 배송비와 별도 설치비가 상세 페이지 하단에 안내되고 있어 최종 안내되는 결제액이 다르다.
첫 화면에는 '무료배송' 조건으로 표기되지만 상세 페이지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 하단에 별도로 착불 배송비 등이 고지돼 있다.
소비자들은 무료배송으로 알고 결제까지 진행하지만 추후 배송이 시작된 뒤에야 배송기사로부터 착불비를 안내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문 취소를 요청하면 단순 변심으로 간주헤 왕복 배송비를 독박 쓰게 된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오픈마켓 특성상 배송비를 판매자가 설정하는 구조여서 플랫폼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이블리, 11번가, 옥션 등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검색 시 가장 저렴한 옵션 금액으로 표기됐지만 구매 페이지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옵션 선택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사례가 있다.
에이블리의 경우 '가디건+나시+스커트 3피스 세트' 상품으로 검색됐지만 옵션 선택 시 세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2만7000원이 추가됐다.
11번가의 경우 'SSD 1TB(테라바이트)'를 검색했을 때 첫 화면에서 가장 저렴한 0.5TB 금액으로 표기돼 있지만 구매 과정에서 1TB 옵션을 선택하면 처음 안내된 것보다 2배가량 비싼 요금이 표기된다.
옥션에서는 SSD 제품 판매 첫 화면에 안내되는 기본 금액 외에 모든 옵션에 추가금이 별로도 책정돼 있는 상품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순차공개 가격책정'을 온라인상 소비자 기만행위로 판단하고 지난해 2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상품 가격을 표시·광고할 때 '첫 화면'에서 소비자가 필수적으로 지급해야 할 총금액 중 일부만을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총금액이란 상품 가격 외에도 배송비·설치비·세금 등 소비자가 필수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하며 단순히 '가격'이 아닌 '소비자 부담 총액'으로 봐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한 소비자가 최초에 인지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도록 해 원치 않는 가격에 상품을 거래하게끔 하거나 상품 간 가격 비교를 어렵게 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결정을 방해하는 문제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