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실적을 발표한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은 분기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향후 실적 발표가 예정된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KB증권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4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됐다. KB증권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분기 적자의 원인으로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손실 여파가 가장 크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ELS 헤지 관련 손실만 약 480억 원에 달했는데 향후 글로벌 지수 악화 여부에 따라 손실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가 ELS를 발행할 때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거래를 진행하는데 대형사들은 자체 헤지방식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지수 급락으로 자체 헤지를 한 증권사에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다. 현재 KB증권의 ELS·DLS관련 자체 헤지규모는 약 3조 원 정도다.
이 외에도 라임자산운용 관련 TRS 거래손실이 400억 원, 위탁중개업무 관련 미수채권 충당금 전입액 190억 원 등 590억 원 규모의 일회성 손실까지 반영되면서 분기 적자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달 대규모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진입한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1분기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44.9% 증가한 1448억 원을 거뒀지만 대규모 손실을 막지 못했다.
박강현 KB증권 CFO는 23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1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향후 시장이 회복되면 손실의 일정 부분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조기상환 기간이 짧은 ELS를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등 WM부문 상품 공급을 강화하고 IB 역시 선제적으로 공급을 강화해 실적을 만회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와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도 적자 수준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4.1% 감소한 467억 원, 하나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25.2% 감소한 467억 원으로 동률을 이뤘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식거래량 증가에 따라 위탁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62.6% 증가한 840억 원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주요 지수 하락에 따른 파생결합증권(DLS)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로 자기매매 수익이 같은 기간 40.4% 줄었다.
KB증권과 마찬가지로 라임자산운용 TRS 관련 평가손실로 작년 4분기 565억 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96억 원이 추가 반영되는 등 일회성 손실도 이어졌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라임 TRS 평가손실의 경우 현재 보유자산이 거의 다 반영됐지만 향후 추가 재무손실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독일헤리티지 DLS 환매지연 고객 대상 투자금 절반을 4월에 가지급해 이에 따른 추가 충당금 이슈가 남아있어 추가 일회성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편 아직 1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주요 대형사들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ELS 헤지 손실을 비롯한 금융상품 관련 손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초대형 IB 4개사의 ELS·DLS 관련 자체 헤지 규모는 총 17조830억 원으로 그 중 삼성증권이 7조24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5조6060억 원), 미래에셋대우(3조5420억 원), NH투자증권(1조4780억 원) 등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자체 헤지 비중이 약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형사들은 리테일 고객층도 넓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부문에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난해 최대 실적의 일등 공신이었던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코로나 여파로 인한 거래 중단 또는 연기가 이어지면서 2분기부터는 IB부문 실적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주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9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증권사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