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금융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기로 했으며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 확정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의 과도한 이자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다면 지난 3월 말 기준 20% 초과 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 명 중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 원)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 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나머지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이중 3만9000명(2300억 원)은 불법사금융 이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정 금리가 인하되면 기존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보유하던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법적 기준에 벗어나는 고금리 대출상품을 정리해야 한다. 또 금융위가 가능한 상환능력이 있는 고객에게 인화된 최고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당부한 만큼 기존 대출자들의 높은 이자율 또한 개편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자산규모 5대 저축은행(SBI·OK·페퍼·한국투자·웰컴)의 금리 연 20% 초과 가계신용대출 취급 현황을 살펴보면 각 저축은행 모두 고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웰컴저축은행이 24.9%로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SBI저축은행이 22.71%, OK저축은행이 20.97%로 집계됐으며 가장 낮은 분포도를 보인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12.33%이었다.
카드사 상황도 다르지 않다. 16일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전업 카드사 7곳(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의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및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 20% 이상 회원 분포 현황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모두 20% 이상 금리를 부과하는 회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카드가 이용회원 중 20% 이상 금리를 부과하는 고객이 가장 많았다. 현금서비스 이용고객은 53.51%, 카드론 이용고객은 23.91%에 달했다.
반면 우리카드 경우 카드론에서는 20% 이상 금리를 부담하는 회원이 없었으며, 현금서비스는 이용고객 중 28.74%를 기록하며 타사 대비 낮은 분포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량 회원 중심 영업을 추진 중으로 타사대비 낮은 금리로 공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두되면서 소급적용 여부도 문제로 제기된다. 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부업체, 카드사 등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만기 갱신이나 대출 연장 등 새로운 형식의 계약이 될 때부터 적용되는 반면 저축은행은 법 개정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촉구로 소급적용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저축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을 개정해 약관 개정 이후 체결된 대출계약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기존 대출 금리를 소급 적용해 낮추도록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실적과 더불어 이자수익이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SBI·OK·웰컴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곳의 순이익은 2898억 원으로 전년 동기(2076억 원) 대비 39.6% 증가했다. 이 중 이자수익은 9492억 원에서 1조1462억 원으로 20.8% 늘어났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이자 수익 손실은 단기적이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건전성 개선 및 우량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과 주요 고객인 저신용자 대상군이 줄어들면서 수익구조에 변화가 생겨 장기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존재하는 등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였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나빠지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금리 대출이 더욱 확대되고 우량 차주들의 유입으로 건전성이 개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은 저신용자로 법정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은행과의 경쟁력에서도 떨어지고 대상군이 좁아지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영업방식과 회사 전략에 따라 장기적인 타격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