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20만 명이 넘는 강남 최대 사찰 봉은사(주지 명진스님)의 1년간 수입과 지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96억1820만원을 모으고 95억5729만원을 지출해 10억6091만원이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명진스님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봉은사의 올해 11월까지 총수입은 일반회계 86억3363만원과 특별회계 9억8457만원을 합쳐 96억1820만원이다. 항목별로는 ▷불전함(佛錢函) 수입 10억9900만원 ▷기도동참 등 불공(佛供) 수입 55억2000만원 ▷불구(佛具) 판매 등 사업수입 6억9152만원 등이다. 봉은사가 재정상태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지출은 95억5729만원(일반회계 78억3314만원+특별회계 7억241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출의 25% 이상은 인건비로 인한 것으로 19억7190만원을 기록해 가장 지출이 많은 항목으로 꼽혔다. 이어 관리운영비(18억7653만원), 객비(客費) 등 스님들의 여비 2억2335만원, 시설비품관리비 5억1361만원, 종단 분담금 11억8000만원, 포교와 교육연수비 등 목적사업비 14억5453만원, 경조사비 65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명진스님은 “올해 불교계를 뒤흔든 신정아 사건과 주지들의 싸움을 다룬 ‘PD수첩’ 등으로 상처받은 1천만 불자(佛子)들에게 청정한 불교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사찰의 재정상태를 알 수있는 불전함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종단의 모든 분규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주지 자리를 차지하려는 데서 생기는 것인 만큼 승가의 청정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은사는 향후 불전함을 수거할 때 일반 신자가 참여토록 하고, 회계를 외부 전문가에 의뢰하는 등 매년 분기별로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봉은사가 재정 상태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다른 사찰의 1년 살림살이 공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에서는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이 조계사 주지 때부터 신도회 임원을 대상으로 재정상태를 공개해 왔고,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 주지 수경스님도 조만간 재정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재정 운영 관련 범종교계의 투명화 노력도 관심거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 8월 한국 천주교 사상 처음으로 재무제표를 일반 신자들에게 공개한 바 있다. 종교사회단체들도 줄기차게 종교기관의 재정공개와 성직자들의 납세 등 요구하고 있어 종교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잘햇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