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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사건은 한국판 ‘유주얼 서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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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사건은 한국판 ‘유주얼 서스펙트’?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2.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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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조작사건’이 김경준 씨가 연출한 완벽한 ‘1인 조작극’으로 판명나면서 이번 사건이 마치 한국판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96년 개봉된 ‘유주얼 서스펙트’는 수사관의 심문을 받는 피의자가 취조실에서 완벽한 하나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카이저 소제’라는 제3의 인물을 만든 뒤 자신은 혐의를 벗고 유유히 벗어나는 극적 반전으로 호응을 받았던 영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김씨가 BBK를 100%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주가조작 및 횡령혐의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허위 정관과 한글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다고 결론내렸다. 이 같은 김씨의 1인 조작극이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극중 진범인 키튼이 ‘카이저 소제’라는 제3의 인물에게 자신의 범죄를 덮어씌운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씨도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활용해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완벽한 사기극을 꿈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BBK 시나리오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들은 우선 AM파파스inc의 디렉터이자 LKe뱅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던 인물인 ‘래리롱’.

실제 래리롱 씨는 김씨와 와튼스쿨 동창이며, 미국의 유명생명과학 벤처투자회사인 AM파파스LLC의 투자담당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01년 2월 김씨의 초정으로 한국에 휴가차 들른 게 전부였지만 김씨는 이 후보에게 래리롱 씨를 소개시킨 뒤 그의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을 것이라고 속였다. 래리롱 씨는 자신이 LKe뱅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김씨가 만든 유령회사 AM파파스inc도 래리롱 씨가 근무했던 회사의 이름과 끝 부분만 다르게 바꿨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스티브 발렌주엘라도 역시 가공의 인물이다. 실제의 스티브 발렌주엘라는 미국 LA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인물로 그도 역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는 김씨에 의해 해외 투자기관인 옵셔널벤처스인코퍼레이티드의 디렉터로 둔갑해 광은창투 인수계약서에 서명했다.

 

또 1992~2005년 에리카 김의 비서인 산드라 모어 씨도 광은창투 인수과정에서 넥스트스텝엔터프라이즈의 대표로 둔갑해 서명했으며, 나중에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이사로 등재됐지만 이런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김씨의 시나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물론 BBK의 실소유주로 그려졌던 이 후보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BBK 실소유주 ‘이명박’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드는데는 위조 정관을 비롯한 한글판 이면계약서 등 다양한 위조 문서를 활용했다.

 

범여권은 이 후보가 BBK를 소유한다는 근거로 ‘이사회의 결의시 과반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BBK 정관을 제시했었다. 이 역시도 위조였다.

 

또 다른 강력한 증거였던 한글 ‘이면계약서’도 역시 가짜였다.

이밖에도 김씨는 주가조작의 실상을 다룬 영화 ‘보일러룸(Boiler Room)’에서 자신이 주가조작을 위해 세운 유령회사와 대표이사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 ‘보일러룸’은 전화로만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무허가 증권중개소’를 가리키는 미국 속어로 2000년 개봉한 이 영화에서는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JP말린 증권사에 뛰어든 세스 데이비스가 주인공이었다. 영화에서는 JP말린 측이 주가조작에 이용하는 유령회사 이름이 메드패턴트테크놀로지스로 나온다.

 

이 회사 이름을 따 김씨는 자신이 설립한 유령회사의 이름을 메드패턴트테크놀로지스로, 유령회사의 대표이사 이름은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인 조반니 리비시로 정했다.

수사팀은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에 있는 김씨의 책상에서 영화 ‘보일러룸’ DVD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여권 7장과 미국 네바다 주 국무부 장관 명의의 19개 법인 설립 허가서를 위조하는 등 ‘위조의 달인’이 됐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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