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만개 시대를 맞아 본사의 과도한 위약금, 강제 발주, 근거리 출점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편의점을 운영했던 한 소비자가 활복 자살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편의점 본사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분노하고,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않도록 목숨을 끊어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 소비자는 자녀의 교육 뒷바라지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전세금과 은행 돈 7000만원을 대출 받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2년동안 죽을 힘을 다한 끝에 연간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는 점포를 만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수익은 생각보다 적었고, 계약은 연장되지 않아 졸지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개인의 힘으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생활고 등 현실의 한계를 이기지 못해 법원의 중재를 받았고, 편의점 회사측으로부터 500만원의 합의금을 받은 것으로 모든 것은 종료됐다.
따라서 이 문제는 법적으로, 계약서상으론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할복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사연을 들어보았다. 본지는 어떻게든 그의 자살 결행만은 막아보려고 이 글을 싣기로 했다. 편집자>
"서민 피 빨아 먹는 대기업 보광그룹의 훼미리마트를 고발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다음달 서울 본사앞에서 반드시 할복 자살할 겁니다."
제주도에 사는 오창훈씨의 의지는 결연하다. 기자에게 기사를 자신이 자살하고 난 다음에 내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죽은 이유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 자신처럼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엔킹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기사를 미리 내 보내고 훼미리마트와 중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오씨가 훼미리마트와 '악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1월.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새 사업을 모색하던 오씨는 우연히 알게 된 훼미리마트 직원으로부터 점포를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제주시에 있는 점포 한 곳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점포 임대료를 본사가 내는 계약 조건이었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2년, 영업이익은 6(본사)대4(오씨)로 나누기로 했다(점포임대료를 가맹점주가 내면 계약기간은 5년,영업이익은 65(가맹점주)대 35(본사)로 나눈다). 오씨는 가맹 계약비로 3770만원을 냈다. 가맹금(1000만원)과 상품에 대한 담보조였다. 물론 계약이 끝나면 물건 담보조인 2500만원은 돌려 받는다.
그러나 본사 직원은 "별 일 없으면 계약은 예외 없이 거의 연장된다. 2년 운영하는 조건이면 누가 장사하겠냐"고 강조했다.
계약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오씨는 갓 마련한 아파트를 전세 주고 전세 보증금과 은행대출금으로 충당했다. 자신은 살 집이 없어 단칸 셋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점포 수리를 하면서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바로 인근에 또 다른 훼미리마트 직영점과 약국을 겸한 대형마트가 개점을 위해 공사중이었다. 본사의 권유만 믿고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자신의 실책이라 생각하고 점포운영에 더욱 배전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오씨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부실했던 오씨 점포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연간 매출액이 1억원을 돌파했다. 훼미리마트 전체로 보아도 상위권 매출이었다. 그러나 그런 매출을 올려도 손에 들어 오는 것은 거의 없었다. 본사로부터 받는 영업이익이 월 300만원 정도였다. 그것으론 알바비, 전기세등 점포 운영비도 충당하기 어려웠다.<아래 표 참조>
두 딸과 함께 사는 오씨는 생활비가 없어 은행으로부터 다시 대출을 얻어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는 것이 없어도 장사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별 다른 담보가 없던 오씨는 점포운영을 조건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점포를 그만 두면 대출금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1년반 정도가 지났는 데 본사에서 갑자기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점포를 회수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계약을 연장해주겠다'는 당초 구두약속은 물거품이었다.
청천벽력이었다. 부실점포를 인수해서 피나는 노력으로 겨우 정상화 해 놨는 데 '나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였다.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 점포를 본사 직원 가족에게 인계시키기 위한 술책이었다. 점포를 내주면 오씨는 가맹금 1000만원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 이외에도 훼미리마트는 지난 2년동안 집기 수리비로 한달 8만원씩 총 200만원과 폐점 수수료 60만원, 점포 수수료로 450만원 등을 별도로 요구했다. 이 돈은 오씨가 계약당시 낸 가맹금 3770만원에서 회수해 간다.
오씨는 "훼미리마트가 2년마다 점포 주인을 바꾸면서 가맹비1000만원과 점포 수리비등을 챙기고 있다. 반대로 영업이 잘 안돼 가맹점주가 미리 계약을 해지하려면 5000만~6000만원의 위약금까지 받아 챙긴다.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기업"이라고 맹비난했다.
2년동안 밤낮없이 일하고도 빚7000만원만 고스란히 안게 된 오씨는 너무 억울해서 점포를 비워주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훼미리마트는 오씨에게 다른 점포로 가라고 회유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사정으로 가맹점주가 점포를 바꾸게 돼도 가맹비와 점포 수리비 등을 모두 다시 부담해야 한다. 똑같은 계약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럴 만한 돈도 없었고 감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웠다. 오씨를 너무 억울해서 1년여동안 나가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훼미리마트는 오씨를 상대로 '점포반환'소송을 걸었다.
오씨는 돈이 없어 변호사도 없이 홀로 소송을 진행하며 맞섰다. 소송이 진행되던중 판사는 "피고의 억울함이 인정된다"면서 "점포를 일단 넘겨주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점포를 넘겨주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법원에서 권유하는 데 더 버틸수가 없어 판사의 권유대로 점포를 비워주고 2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실책이었다. 법원은 이후 "두 당사자끼리 잘 합의하라'며 합의를 종용했다. 법원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훼미리마트 법무팀장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오씨가 낸 가맹금중 무단점유로 인한 훼미리마트측의 손해를 공제한 뒤 500만원을 오씨에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재판을 끝낸 뒤 추가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뒤 훼미리마트는 안면을 180도로 바꿨다. 500만원 외는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막다른 길에 몰렸다. 돈이 없어 재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매번 재판을 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오는 비행기표조차 살 수 없는 막바지 상황에 몰렸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아파트도 압류당했다. 훼미리마트 2년 운영에 모든 것을 다 날리고 빚과 절망만 안게 된 오씨는 극단의 결심을 했다. 내 한몸을 불 살라서라도 대기업 훼미리마트의 횡포와 가렴주구를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결행시기는 두딸의 학교 일정을 감안해 1월 중순으로 잡았다. 오씨는 "힘없는 서민이 대기업의 횡포에 대항하는 길은 이 것 밖에 없습니다. 내가 할복자살해 훼미리마트의 만행을 만천하에 고발한다해도 해도 그때 뿐이고 금방 잊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야 되고 그래야 저같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라며 자신의 자살 결행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대해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이 내용은 오래 지속됐고, 일신상의 문제로 여러차례 이야기됐던 부분이다. 결국 소송까지 갔지만 판결 직전 법원의 중재로 합의가 끝난 상황이다. 오 씨가 청구했던 부분들은 지불하고 받을 부분은 상계처리하고 위로금조로 생활보조금까지 지급했다.
오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회사가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았다. 계약서에 준해 해지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연간 1억원 이상의 매출은 바로 뒤 80m 거리에 있는 직영점을 철수하면서 된 것이다. 운영을 제대로 했으면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송금도 제대로 안해주는 등 기본적인 운영룰을 계속 어겼다. 개점하는 점포의 50%는 점포를 운영하는 분들이 소개해서 이뤄지는데, 이렇게 횡포가 심하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이런 불합리한 요소들이 많은데도 해결해보려고 여러번 만났고, 또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점주가 소송에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끝까지 버텼다. 은행빚 7000만원도 회사에 낸 돈이 아니고 생활비로 사용한 것이다.
오래전에 정리된 사항을 다시 제기해 우리도 당혹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 아마 개인적인 애로사항, 즉 생활고 등 신상의 어려움 때문이 아닐까 판단된다. 팩트에 대한 자료는 우리가 다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주겠다. 활복하겠다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쓰도 좋다. 3자 대면을 해도 좋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