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감독은 7일 강희찬(38) 여자 대표팀 코치와 함께 대한탁구협회(회장 천영석)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전날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유남규 남자팀 감독도 현 감독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현 감독은 "독선적인 협회 운영과 무계획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현 상태에서는 대표팀을 이끌 명분이 없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 감독과 현 감독은 나란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유 감독은 1998년 서울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이고 현 감독은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챔피언에 올랐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둘은 19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 때 혼합복식 콤비를 이뤄 우승을 합작했고 지도자로 변신한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코치로 남녀 복식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들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인 2005년 5월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됐고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은메달(이정우-이은희)을 지휘하기도 했다.
스타 선수에서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던 둘이 전격 사퇴하게 된 건 선수 선발과 기용, 코치진 선임 등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천영석 감독 등 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
실례로 천 회장은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직후 해임했던 강희찬 여자팀 코치를 최근 현 감독도 모르게 복귀시켰고 기술위원장까지 맡아 선수 선발은 물론이고 경기 중 선수 기용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감독은 "권한을 주지 않고 사실상 꼭두각시처럼 하라고 한다면 누가 사령탑을 계속 맡을 마음이 있겠는가. 천 회장에게 바른 말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중도하차하고 선수 선발과 훈련 스케줄까지도 감독과 상의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내분을 겪은 농심삼다수 감독에서 물러난 유남규 감독도 "실업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리에만 연연하고 싶지 않다. '로보트 감독'으로 만들어 놓고 책임을 지우는 건 문제다.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현 감독과 뜻을 같이 하겠다"며 사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남자팀 이철승 코치도 사임 문제를 소속팀인 삼성생명과 협의하고 있으나 사퇴 쪽으로 기울고 있어 남녀 감독과 코치진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사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남녀 대표팀은 9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시작하고 내년 1월 18∼20일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최종 선발전이 계획돼 있지만 코칭스태프 공백에 따른 훈련 차질로 내년 베이징올림픽 메달 사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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