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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안착' vs 업계는 '혼란'...금소법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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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안착' vs 업계는 '혼란'...금소법 '동상이몽'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4.29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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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 한 달째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사이에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행 초기에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현재 금소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법 시행 초기에 비해 혼란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판매 단계에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소법 시행 초기 금융 영업현장의 혼선이 그동안 고착되었던 ‘거래편의 위주의 영업관행’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소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달 31일부터 가동된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금융회사 애로사항 113건 중 절반이 넘는 58건이 회신됐는데 금융회사들의 애로사항 중에서 법 시행초기 논란이 되었던 설명의무 이행, 투자자성향평가, 위법계약해지권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법 시행 초기였던 3월에 비해 4월 들어 현장의 혼란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부분적으로 혼선은 지속되고 있고 장시간 설명이 필요한 투자상품의 경우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 업권별로도 미묘한 시각차.. 증권·보험은 '여유' 은행은 '유보'

특히 업권별로 금소법 정착 관련 반응이 조금씩 달랐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권은 부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금융투자, 보험업권 등은 금소법 이후 판매채널에서 눈에 띄는 부작용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였다. 

금융투자업권은 판매 과정에서 녹취를 의무화하는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어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은 거의 없었다는 분위기다. 다만 핵심 상품군인 펀드 판매가 금소법 시행 이후 위축된 점은 고민거리다. 펀드 판매시 6대 판매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펀드 판매 설명서를 모두 읽고 청약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불편이 가중되면서 증권사들이 판매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창구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보다는 개인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소법 상 판매규제 부담이 적은 상품의 판매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녹취 의무 등이 추가됐지만 증권사는 판매프로세스 자체적으로는 은행과 달리 큰 변화가 없어 창구 혼란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다만 펀드나 신탁 등 창구에서 장시간 설명을 해야하는 상품의 판매고는 많이 줄었고 대신 설명의무가 적은 ETF를 주로 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권은 좀 더 여유로운 상황이다. 불완전판매에 민감한 업권 특성상 금소법에 준하는 판매 프로세스가 이미 갖춰져 있어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변화가 적었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비율이나 청약철회비율에서도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프로세스에서 금소법 상 위배될 수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정도의 변화는 있었고 완전판매 기본지키기, 주요 내용 설명하기 등 기본적인 것에 충실할 것을 교육하고 있다"면서 "불완전판매비율이나 청약철회비율 등도 금소법 이전과 달리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것 같고 평소 하던 것 잘 하자는 분위기"라고 반응을 전했다. 

반면 은행권은 시행 초기와 달리 현재 창구에서의 혼란은 많이 줄었지만 일부 혼선이 이어지고 있어 금소법의 완벽한 정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소법 시행 직후 주요 은행들은 펀드나 신탁과 같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의 대면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시스템 보완을 이유로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특히 단순 예·적금 상품이나 연금 등 주요 취급 상품에 대해서도 직원이 장시간 설명서를 읽는 등 상품 가입 시간이 길어져 고객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은행들은 이 달 들어 펀드나 신탁 등 리스크가 있는 투자상품의 판매고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소법 적응 기간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혼란이 남아있고 고난도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는 내달 이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달 9일부터 시행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청약철회제도는 최대 손실가능금액의 원금 20%를 초과하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등에 대해서도 청약철회 가능기간이 2일 이상 부여된다. 투자자자기책임 원칙이 정착된 금융투자업권과 달리 은행권은 청약철회 제도의 남발로 인한 영업현장의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직후 급감하던 투자상품 판매실적이 4월부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고 은행 내 직원 게시판에도 이 달 들어 금소법 관련 직원들의 민원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일부 혼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내달부터 시행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철회 가능제도의 금소법 완전 정착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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