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바다 위에 떠다니는 저 많은 기름을 어찌하겠습니까"
지난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태안 해안 일원에는 방제 작업을 벌이는 손길로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기름 양과 넓게 확산된 피해면적에 비해 인력과 장비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방제 작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실정이다.
10일 재앙과도 같은 이번 기름 유출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민들은 만리포.학암포 해수욕장과 신두리 보호사구 등 피해지역 곳곳에서 아침부터 나서서 방제 작업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부직포, 고무장갑, 장화, 삽, 비닐포대 등 지급된 장비로 넓게 확산된 기름띠를 제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주민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찌하겠어요.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태안 해안 40㎞ 이상 퍼진 기름띠를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일원에는 2천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파도와 함께 해안으로 밀려드는 기름 물결에는 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해안에 길게 늘어서서 장화를 신은 채 흡착포로 기름을 빨아들이거나 고무통을 이용해 기름을 퍼담는 수준에 불과해 밀물을 타고 해안으로 밀려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 '폭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원북면 학암포해수욕장 일원에도 500여 명이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기름 흡착재로 해안으로 밀려드는 기름을 빨아들이거나 삽으로 퍼담아 포대로 실어 나르는 정도에 불과하다.
방제작업에 참여한 군 관계자는 "해상에 있는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계속해서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물 위의 기름띠 제거도 문제지만 백사장 모래 속으로 침투한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모(75)씨는 "주민들은 사고 당일부터 직접 장화를 신고 나서서 방제 작업을 벌였는데 이틀이 지나서야 흡착포를 지급하고 인력을 지원하면 어쩌자는거냐"면서 "제때 인력이나 장비가 동원됐더라면 해안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북면 신두리 보호사구에서 방제 작업을 벌이던 이모(65)씨는 "별다른 방법 있겠어요. 우선 지급된 흡착포로 기름을 제거하거나 삽으로 퍼담아 포대로 나르는 수밖에요"라고 방제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두리 해수욕장에서도 주민과 방제조합에서 고용된 인부 300여 명이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이들은 밀물 때는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을 흡착포로 빨아들이고 썰물 때는 백사장에 두껍게 층을 이룬 기름을 삽으로 퍼내 제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박모(70)씨는 "첫날에는 흡착포 등 장비들이 제때 보급되지 않아 방제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보급은 제대로 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신두리 앞바다에서 20년간 굴 양식을 했다는 이종두(56)씨는 "해상과 바닷가에만 방제 작업이 집중돼 있고 정작 피해가 큰 양식장에 대한 방제 작업은 되고 있지 않다"면서 "물이 빠져나간 뒤 흡착포라도 지급됐더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어떻게 해보겠는데.."라며 방제 작업의 아쉬움을 호소했다.
또 이씨는 "첫날 현장에 와보니 인력도 인력이지만 흡착포 5박스 가지고 무엇을 하겠느냐"며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가 최대한 신속하게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태안 일원에는 경찰인력을 비롯해 군.관.민 합동으로 모두 8천8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출된 기름이 40km이상 넓게 퍼져 기름띠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