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2조1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본입찰 당시 중흥건설은 2조3000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쟁자인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이 1조8000억 원을 제시하면서 5000억 원의 격차가 생기자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수용하면서 스카이레이크 측에도 수정 조건을 제시하라고 통보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중흥건설은 애초 제시한 2조3000억 원보다 낮은 가격에 재입찰의 승자가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2017년 인수전에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다시 인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돌자 중흥건설이 무리수를 뒀고, 이후 부담을 느낀 중흥건설이 입찰을 포기할 것을 우려해 KDB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조건 수정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35위였던 중흥건설은 업계 3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6위로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4132억 원이다. 중흥건설 시공평가액은 1조2709억 원, 계열사인 중흥토건의 평가액 2조1955억 원으로 3개사 평가액을 합치면 11조8796억 원으로 3위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1·2위인 삼성물산, 현대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20조8461억 원, 12조3953억 원이다.
다만 일각에선 KDB인베스트먼트가 중흥건설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수정안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노동조합 심상철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에 해당한다”며 “정책금융기관이 국가자산 매각을 이처럼 졸속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전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안자 중 한쪽에서 수정 요청을 해온 것을 다른 제안자에게 알려 수락할 경우 수정을 하도록 한 것"이라며 "재입찰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정 요구 중에는 손해배상 발동 조건 등 비가격적인 요건도 있었다"며 "투자자들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대우건설의 영업과 임직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뒀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