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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10점 만점에 10점' 셀프평가 언제까지?...DGB만 외부평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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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10점 만점에 10점' 셀프평가 언제까지?...DGB만 외부평가 도입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3.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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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평가방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매년 실시하는 평가에서 거의 100% 사외이사들이 고득점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본인평가 ▲이사회 내 동료평가 ▲직원평가 등 내부에서만 이뤄지는 사실상 '셀프평가'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는 '만점'... 평가주체는 '내부인물'

23일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들에게 평가점수로 대부분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선우석호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7명에 대해 ▲충실성 ▲전문성 ▲리더십 ▲기여도 등 4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와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 농협금융지주(회장 손병환)도 지난해 자사 사외이사에 대해 4~6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수준', '최우수', '우수(A등급)' 평가를 내렸다. 지방금융지주 3사 역시 사외이사들에게 최고 점수를 매겼다.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는 사외이사 12명 중에서 8명에 대해 전 항목에서 '최고수준' 등급을 매겼고 나머지 4명은 '최고수준'과 '기대수준' 등급을 매기며 유일하게 차등화했다.
 


사외이사 평가 주체도 논란거리다. 은행계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를 제외하면 모두 지주 내부 구성원들이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있었다. 

KB금융지주는 ▲내부인력 ▲동료 사외이사가 평가주체였고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본인 ▲동료 사외이사 ▲이사회 관련 부서 직원 등이 평가를 진행했다. 본인 및 동료평가, 직원평가 등 다면평가를 통해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취지이지만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소지가 높았다.

신한금융지주는 평가 주체는 ▲본인 ▲동료 사외이사 ▲직원으로 모두 내부 인물이지만 평가지 작성부터 배포, 분석 및 결과 발표 등 평가제도 운영은 이사회가 아닌 외부기관에서 전담하는 형태다. 
 


다수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내규 및 지배구조 내규 등을 통해 필요시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그러나 금융지주사3들은 사외이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공신력 있는 외부평가기관이 없고 내부자료 유출 가능성도 있어 외부평가는 배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일하게 외부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DGB금융지주는 매년 1월 이사회 사무국에서 선정하는 외부평가기관이 이사회 의사록을 통한 서면조사 및 사외이사 면담을 통해 연간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외부 컨설턴트 2명이 사외이사 1명 당 2시간씩 면담을 하면서 이사회 운영과 구성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가감없는 평가가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사외이사 독립성 위해 외부평가 필요 VS 현재 평가로도 충분 

한편 매년 사외이사 셀프 평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부평가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사외이사 독립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평가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관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연임시 외부평가 의무화를 제시했지만 사외이사 임기를 6년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 상태다.

국회에서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20년 9월 '사외이사 재선임시 외부기관 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서도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안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임추위 구성이나 사외이사 후보추천 단계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금융회사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골자"라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추후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를 평가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을 찾기 어렵고 외부 평가를 진행하더라도 평가를 위한 각종 자료제출로 인해 회사 기밀의 유출을 여전히 우려한다.  

무엇보다 각 회사들의 사외이사는 각 업권에서 실력이 이미 입증된 전문가들인데 이들을 평가할 검증된 전문가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평가로 전환한 DGB금융지주의 경우 2019~2021년 재직한 사외이사들이  전원 'S등급(탁월)'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사외이사들에 대한 고평가가 이사회 평가 독립성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부평가를 하려면 HR 컨설팅 회사가 담당해야할텐데 국내에서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 적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내부 평가이지만 각 회사들이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서 사외이사 평가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역량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지가 지배구조의 핵심 중 하나이기에 지금처럼 상호평가 등 형식적인 평가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계량화 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컨설팅 회사나 의결권 자문기관 등에 맡겨 외부 평가를 담당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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