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저출산·고령화 등 시대가 요구하는 간호 니즈를 간호사 처우 개선을 통해 확보한 간호 인력으로 대응 시 사회적 비용에 비해 훨씬 큰 사회적 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비자권익포럼과 미래소비자행동, 소비자시민모임,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4개 단체가 주관하는 '간호법 제정을 통한 국민건강증진 방안 모색 대국민 토론회'가 2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양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이날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법 제정은 곧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면서 "오늘 토론회가 간호법 제정에 대한 국민 열망이 응집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회도 간호법 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권익포럼 양세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간호법 제정으로 코로나19 이후 국민을 위한 새로운 보건의료증진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장은 "오늘 포럼을 통해 70년 묵은 의료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간호법 제정으로 보다 선진화된 간호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소비자행동 김향자 공동대표도 "대국민 토론회로 안정적인 인력 수급과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을 끝까지 잘 매듭짓기를 희망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축사를 통해 "간호법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전문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인 간호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간호정책을 마련하는 근간이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어 "지난 대선 때 여야 3당은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협약·대선공약을 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실천할 단계"라면서 "전국 48만 간호사를 대표해 간협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의료비 부담이 지적되고 있다. 3개 이상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은 2017년 기준 51%다. 노인인구는 총인구의 14% 수준으로 건강보험 진료비의 40% 이상을 지출한다. 국민의료비도 GDP의 8%를 이미 초과했다.
고령인구 급증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의료기관 중심 질병 치료에서 지역사회 재택 중심의 예방·관리로 변화 중이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이 이 추세에 맞춰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보건의료 수요에 대응할 간호인력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국가적 재난·위기 대응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숙련된 간호인력 양성과 배치, 교육 등을 체계화하기 위한 독립된 법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김진현 교수의 주장이다.
김준현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간호인력의 적극적 활용은 사회적 비용에 비해 훨씬 큰 사회적 편익을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운영 등 의료기관에 관한 사항을 중점 규율하고 있으나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화·전문화되는 간호업무를 체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대 변화로 폭증하는 간호수요 대응, 365일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 특성을 고려한 특화된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가 '보건의료소비자를 위한 간호법 제정'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 결과 '독립적인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소비자의 8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1.5%는 '모르겠다', 5.5%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보건의료인은 76.1%가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13.6%는 '모르겠다', 10.3%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간호법 제정에 따른 가장 높은 기대효과로는 소비자와 보건의료인 모두 간호 위상과 독립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소비자와 보건의료인 모두 가장 후순위로 평가했다. 비용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보건의료인 모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의 62.1%, 보건의료인의 66.3%가 '도움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인 대상으로는 간호법 제정 우려에 대한 의견과 제정 시기에 대한 조사가 별도 진행됐다. 29.2%는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답했고, 38.5%는 장기적인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 상임대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보건의료체계는 급속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간호법 제정을 근시안적인 직역 이익 관점에서 보는 태도를 탈피하고, 변화하는 시민과 소비자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합리성·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인지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고인석 교수와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 대한간호협회 김원일 자문위원,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오선영 정책국장, 뉴시스 백영미 기자, 보건복지부 박성희 간호정책과 사무관이 참석했다.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고인석 교수는 전문자격사제도 단행법률 법제화의 의의와 간호법 제정의 함의를 언급했다.
고 교수는 "간호법 제정을 통한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의료소비자의 만족도 향상이 필요하다"면서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노령화 사회로의 변화 등을 고려한 단행법률로의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간협을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직역간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이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늘리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의료법상의 우려사항이 없도록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간호법 제정이 다른 직역에 차별이 생기는 부분은 없는지 고려돼야 한다. 또 직역간 이해관계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거나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설문조사에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를 보니, 간호사 업무범위나 간호행위 면허의 전문성과 안정적인 면허권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고 있다. 국민인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검토돼야 한다"면서 "간호법 제정이나 의료법 개정을 국민과 소통해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