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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저 생긴대로 안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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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저 생긴대로 안 살아요"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1.02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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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최근 1년 동안 급성장했다.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을 통해 예능 MC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한 게 모두 지난해다. 강호동의 예능 프로그램 활동은 크게 4단계 정도로 나뉜다. 지난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문해 천하장사 출신 씨름선수가 양념 격으로 웃음을 유발하던 시기가 1기라면, ‘X맨’ ‘연애편지’ ‘야심만만’ 등에서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쥐며 예능 MC로서의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는 2기라 할 수 있다.

3기는 ‘무릎팍도사’에서 고민을 의뢰하러온 게스트를 상대로 순발력을 발휘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끄집어내며 새로운 개념의 토크쇼를 만들어낸 시기다. 그리고 ‘1박2일’에서 ‘큰형’ 이미지로 다섯 동생을 거느리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웃음과 인간미를 선사하는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지휘하는 모습은 4기에 해당한다.

어느덧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한국 정상 MC에 올라 있다. 최고의 토크쇼인 ‘무릎팍도사’를 이끌고 있고, ‘포스트 무한도전’이라고 평가받는 ‘1박2일’을 지휘하고 있다.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강호동을 ‘무릎팍도사’ 녹화장에서 만났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는 그 자체가 자연스런 개그였다. 인터뷰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시종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예능 MC로서 성공할 줄 알았나?

▶아니다. 지금이야 욕심도 내지만 당시는 별로 기대를 안 했다. 93년도에 연예계에 들어왔으니까 연예계 생활이 씨름보다 길어졌다. 예능 MC를 15년 정도 해보니까 진행하는 데에 자신감보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책임을 지려고 하니까 나름 욕심도 내고 PD와 상의도 하며 타협하고 설득도 한다. 하여튼 시작은 미약했다.

-자신의 장점은?

▶이런 것은 시청자가 판단하는 건데…. 운동을 해서 승부 근성은 있는 편이다. 물론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승부 근성은 아니다.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겠다는 승부 근성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씨름은 철저히 개인적인 스포츠다. 당시는 단체 스포츠를 많이 부러워했다. 어린 나이에 씨름은 부담이 컸다. 축구는 자신이 못해도 이길 수가 있고, 잘해도 질 수가 있다. 하지만 씨름은 ‘이만기, 강호동 출전’ 하고 나면 ‘이겼다’와 ‘졌다’가 분명히 나뉜다. 이겼을 때에는 기쁨이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졌을 때는 슬픔, 비참함이 말도 못한다.

-예능MC로서의 마음가짐은?

▶개인 스포츠를 했기 때문인지 어느 시기까지는 강호동의 발전을 위해서 살았다. ‘스타가 돼야지’라고 생각했다. 기자도 더 좋은 기사를 써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런 것이 이제 2, 3순위로 밀렸다. 포장하기 쉬운 이야기지만 시청자를 위한 생각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천생연분’ ‘야심만만’을 시작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한때 출연자들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결혼하니까 한층 여유와 배려심이 생긴 것 같다. ‘1박2일’에서는 큰형 이미지로 나오던데.

▶맏형이라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다.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2남3녀 중 막내로 자랐다. 고교 졸업 후 프로팀으로 바로 가 항상 막내였다. 실제 생활이 그랬기 때문에 동생이 형님에게 사랑을 받는 상황은 익숙했지만 동생에게 맏형 노릇한다는 것은 어렵다. 어떨 때는 포용해야 하고, 어떨 때는 채찍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

-예능 MC로서의 자부심 같은 것도 생겼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웃음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파괴력이 있다. 코미디도 작게나마 국민의 생명을 12개월이라도 연장시켜 줬으면 좋겠다. TV에서 웃는 순간만큼은 암 세포도 줄어든다는 연구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좀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인터뷰를 하는 방법이나 후배를 포함해 내 사람을 만드는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사라 장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하고, 박세리는 샷 시범을 보여주게 하면 된다. 유명 성악가는 노래 한 번 하면 된다. 하지만 예능물에서는 시원하게 보여주기 어렵다. 혼자 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거창하게 후배를 키우는 게 아니고 후배 캐릭터를 연구하는 건 이런 데서 출발한다. 물론 나 역시 선배들이 나의 캐릭터를 끄집어내 줬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음을 안다. 어떤 친구끼리 대비시키거나 조합해보면 효과가 있을지를 연구한다. 이는 PD의 역할이나, 거시적으로 볼 때 PD가 아빠 역할을 하면 나는 엄마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런 것을 섬세하게 끄집어내 웃음으로 만들었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

-인기를 얻는 비결이 있는가? 신혼이면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 공개도 하던데, 사적인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철학인가?

▶그런 건 철학은 아니다. 나는 씨름에서 많은 걸 배웠다. 씨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경’, 즉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다. 이만기 선배가 일대일 지도는 하지 않지만 최고의 선배가 실전에서 훈련하면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엄청나다.

나의 방송 시작이 그랬다. 어깨너머에 존경하는 이경규 선배, 임하룡.이홍렬 선배, 이휘재 씨가 있어 어떻게 하면 웃음으로 만들어내는지를 관찰했다. 그런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어떻게 하면 노련해지고 여유를 보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초보 시절, 이경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호동이는 욕먹을 준비가 돼 있다.” 뭔 뜻인가 물어봤더니 이 선배가 어떤 후배는 꾸중하면 부담스러운데 호동이는 실수를 지적해도 부담이 없다고 했다.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긴가?

▶특별한 이론과 정보 없이, 배움의 혜택을 못 받고 연예계로 들어왔다. 지식 없이 지혜로 살아온 것인데, 양 갈래 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감각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씨름을 가르친다면 잘할 수 있겠는데, 방송은 아직까지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

-보강해야 할 점은? 경상도 사투리, 큰 목소리를 단점이라고 생각했나?

▶굉장히 부담됐다. 기본적으로 MC로 시작한 것이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천하장사의 캐릭터였다.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입장이 아니라 양념 도구로서 임무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부담이 작았지만, 콩트를 배우고 캐릭터에 의한 MC 진행을 하면서 힘이 들었다. 표준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있으면서 사투리를 무기로 쓸 수 있으면 좋지만, 표준어를 못하는 상태에서 사투리를 해야 한다면 부담감이 안 생길 수 없다. 단어 선택을 할 때 항상 의식하는데, 톤은 잘 안 고쳐진다. 하지만 게스트를 상대로 사투리를 적절히 쓰면 부드럽게 넘어갈 때도 있다.

-자신의 성격은 어떤가?

▶저는 크고 우둔해 보이지만 섬세하다. 생각이 깊다. 생긴 대로 안 산다.(웃음) 생긴 대로 안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덩치가 크고 장군 같지만 후배들로부터 미세한 캐릭터를 끄집어내야 하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유재석이란 친구는 섬세해 보이고 약해 보이며, 그렇지만 강직한 카리스마가 있고 결정 지을 때는 대범하며 나도 부러워할 만큼 호탕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재석이도 생긴 대로 안 산다.

-목표는? 자신의 목표로 지정한 인물이 있는지….

▶유재석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와 이름이 같이 거론되고 비교될 때마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지금도 하나하나 배워가는 단계다. 제 미래의 꿈은 결정이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

-다른 제의는 안 들어오나? 회사 차려 CEO를 하고 싶지는 않나?

▶제의가 있을 수가 없고, 기업에서 스카우트 하는 것이 아니며, CEO도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강호동에게 슬쩍 주량을 물어봤더니 소주는 2~3병이며 요즘은 자제하는 편이라고 했고, 취미는 테니스와 등산이라고 밝혔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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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아 2008-05-02 19:15:46
기다리다 미쳐
발차기 소녀 최윤아는 위풍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