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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연 매트리스' 상부만 난연소재면 방재효과 실종...방재시험연구원 화재시험서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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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연 매트리스' 상부만 난연소재면 방재효과 실종...방재시험연구원 화재시험서 '활활'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04.2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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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업체들이 화재 방지 기능을 강조한 '난연 매트리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나, 난연소재를 일부분에만 사용한 경우 방재효과가 크게 떨어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난연소재가 매트리스 일부분에만 적용되거나, 비난연 소재인 봉합실이나 면 테이프 등이 사용돼 난연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에도 '난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인시험기관인 방재시험연구원이 국내에서 시판되는 난연 매트리스 가운데 상부만 난연소재를 적용한 제품과 상부 외에 측면과 밑면까지 난연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대상으로 화재시험을 실시한 결과, 방재효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산하 방재시험연구원은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으며 의뢰자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국내 소방 및 건축 관련 법규는 물론 KS, ISO, JIS, IMO, UL, BS, ASTM 등 국내외 각종 시험기준에 의한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경기도 여주 방재시험연구원에서는 전면에 난연소재를 적용한 시몬스침대 제품과 상부에만 난연소재를 쓴 A사의 제품을 대상으로 화재 시험이 이뤄졌다.

이날 시험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에 따라 실내온도는 10~30℃ 사이, 습도는 75% 미만으로 맞춰 진행됐으며 열방출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시험 참관 인원은 5명으로 한정했다.

시험 과정은 매트리스 상단에 70초, 옆단에 50초 간 토치로 불을 점화한 뒤 총 30분간의 시험 동안 최대 열방출량이 200kW(CFR 1633) 미만을 유지하면 통과한다. 각 사의 매트리스는 제조년도도 비슷한 퀸 사이즈 제품이며 현장에서 포장 비닐을 벗겨 동일하게 시험을 진행했다.

A사의 매트리스는 자연 소화 기능을 갖춘 ‘플레임 프리 난연 패딩’이 매트리스 상단 레이어에 적용됐지만 옆면과 하단은 비난연 소재가 사용됐다.
 

▲상부만 난연소재가 적용된 A사 매트리스의 점화 후 6분~6분 3초의 모습
▲상부만 난연소재가 적용된 A사 매트리스의 점화 후 6분~6분 3초의 모습

해당 제품은 불이 붙은 후 18초부터 옆면이 녹아 뚫렸다. 옆면에서 번진 불길은 하면부로 이어졌고, 1분 45초 정도 흐른 후 아래 면도 뚫려 내부를 지탱하던 스프링이 빠져 나왔다. 4분이 지난 후에는 열 방출량이 이미 400kW을 넘겨 ‘플래시 오버’ 상태에 이르렀다. 플래시 오버는 다량의 연기와 가연성 가스로 실내 전체가 폭발적으로 불꽃에 휩싸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5분이 지나자 하면부가 아예 둥글게 뚫렸고 포켓 스프링 구조도 망가져 스프링들이 아래로 쏟아졌다. 6분~7분 사이엔 제품 상단의 난연 패딩이 들려 뒤로 넘어갔으며, 열 방출량은 기준치의 5배인 1000kW을 넘겼다. 

A사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난연 패딩과 관련해 '매트리스용 난연성 부직포 및 이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았으며 난연 패딩은 매트리스의 상단부에 탑재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단, 측면, 밑면 등 전면이 난연 소재인 시몬스 매트리스의 점화 후 6분~6분 3초의 모습
▲상단, 측면, 밑면 등 전면이 난연 소재인 시몬스 매트리스의 점화 후 6분~6분 3초의 모습

이어 시험이 이뤄진 시몬스 B 매트리스는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이 탑재됐다. 매트리스 상단과 옆면은 물론 밑부분의 미끄럼 방지 부직포도 난연 기능을 갖췄고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봉합실, 봉합 면 테이프도 난연 소재로 제작됐다.
 
이 제품은 불을 붙인 지 2분 만에 상단과 옆면의 불길이 눈에 띄게 잦아들었고 열방출량은 3분 대에 10kW 이하로 떨어졌다. 8분이 넘었을 땐 매트리스 일부 이음새 부분만 불길이 남고 면 부분은 거의 불길이 사그라졌으며 열방출량은 0~1kW 수준을 유지했다. 30분이 경과한 후 난연 패딩이 탑재된 가장 상단의 레이어 부분만 검게 탔을 뿐 내장재는 보존됐다.

난연 매트리스는 가정 내 화재 발생 시 불길 확산을 방지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장점을 갖춰 특히 아이를 키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난연 매트리스의 심사 기준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는 불붙은 담배를 매트리스 상단에 올려 둔 채 10cm이상만 타지 않으면 관련 인증(KS G 4300)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 즉, 매트리스 옆면 또는 하면부가 난연 소재로 이뤄져 있지 않아도 인증받을 수 있어 실제 화재 발생 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제표준(ISO 12949)에 기반한 국내 표준시험방법(KS F ISO 12949)의 경우에도 시험 방법만 존재할 뿐 합격 기준은 없다. 미국의 경우 시판 제품과 동일한 매트리스를 버너로 가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화재 안전성을 측정하고 있다. 

매트리스는 가정 내 화재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난연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적이 넓은 매트리스는 내장재와 섬유, 공기층 등으로 이뤄져 있어 열방출율이 매우 높아 화재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가정에서 사용하는 온열 전기장판 등은 높은 열 흡수율과 인화성으로 화재 위험이 가중된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1년 화재통계연감을 살펴보면 화재 발화지점 중 생활공간(8377건)에서 침실이 1086건으로 12% 차지한다. 또 최초착화물별 화재현황을 보면 전체 234건에서 침대, 매트리스는 47건으로 재산 피해액은 7억1260만 원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난연 제품 구매 시 앞서 ▲난연 패딩의 특허 인증 여부▲화재 시험 통과 여부 ▲매트리스 상단, 옆면, 하단 모두 난연소재가 탑재됐는 지 ▲봉합실과 테이프 등 부자재도 난연소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매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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