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11년 간 올리지 않은 농지비를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농협 금융계열사들은 농업진흥사업 재원으로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높은 인상폭은 부담이다.
◆ 농해수위 내부에서 법안 통과 긍정적 "최대 5% 상한선 둬야"
지난 3월 20일에 열렸던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농지비 인상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 법안 논의가 있었다.
개정안에 대해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영업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과율 상한을 상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하나 부과율 상한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수 위원들과 농림부 측은 개정안 원안대로 현재 영업수익의 최대 2.5%로 되어있는 농지비 상한선을 5%까지 올리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상한선을 5%까지 올리더라도 결국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라 실제 부과율을 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협 정관상 연간 영업수익 10조 원 이상이면 영업수익의 2.5%, 영업수익 3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이면 1.5%, 3조 원 이하이면 0.3% 이하가 적용된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최고 요율인 2.5%를 적용 받았고 NH투자증권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은 1.5%가 적용됐다.
현재 농해수위 내부에서 이견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의 상임위 통과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다만 다른 농협법 개정안과 병합해 처리할 예정으로 실제 상임위 통과 여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을 낸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현 기준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할 때 적용한거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야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논의되었던 것”이라며 “현재 농협법 개정안이 농협개혁 관련으로 여러 건이 발의된터라 종합적으로 봐야할 것이고 구체적 비율은 추후 법사위 등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3년 전 금감원은 농지비 과다산정 지적... 난감한 농협금융 계열사들
농지비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농지비가 농협 고유의 사업 목적에 따라 활용되는 재원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건전성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수 년전 농협생명과 농협은행에 대해 농지비 과다산정을 지적하며 경영유의를 내린 적이 있어 농지비 인상이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 7월 농협생명에 대해 명칭사용료 부담 축소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농협은행에 대해서도 2020년 6월 대규모 농업지원사업비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재무상태의 취약정도를 반영할 수 있는 농지비 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는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지비 인상 문제에 대해 손병환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지비 외에도 배당금을 제공하고 있어 작년에 합쳐서 농협중앙회에 1조1000억 원 넘게 냈다"며 "작년 배당성향이 39%였는데 금융위원회에서는 너무 높다고 제재를 받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금감원 지적대로 농지비는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을까? 최근 10년 간 농협금융지주가 각 금융 계열사로부터 받은 농지비는 평균 연간 3500~4500억 원 선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00~3000억 원 수준에서 최근 2조 원을 돌파하며 10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농지비가 순이익이 아닌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대신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크게 늘었다. 2022 회계연도 기준 농협금융지주의 배당금은 6750억 원으로 3개년 연속으로 6000억 원 이상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지비와 배당금을 합한 총액도 3년 전부터 연간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이익 경쟁력이 매년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지난해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조2309억 원으로 경쟁 상대인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보다 1조 원 이상 적었다.
금융당국이 최근 건전성 강화를 위해 주요 은행 및 보험사에 자본 확충을 위한 충당금 적립 등을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농지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후 법안소위 통과 등 변화가 있을 시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인지하고 있고 소관부처가 다르다보니 논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사안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