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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기 전 가입하세요" "곧 보험료 올라요"...금융당국, 보험사 절판 마케팅 제동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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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기 전 가입하세요" "곧 보험료 올라요"...금융당국, 보험사 절판 마케팅 제동건다
불완전판매 야기 영업행위...규제 제도 마련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3.05.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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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에 사는 안 모(남)씨는 지난해 초 A보험사 무‧저해지 환급형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노후 저축’에 도움이 되는 보험을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가입 후 확인해보니 보장성 보험인데다가 중도 해지 시 환급금도 거의 없는 상품이었다고. 금리가 너무 좋아 경쟁이 심해지자 금융당국에서 제동을 걸어 곧 없어질 상품이라며 빨리 가입해야 한다는 말에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안 씨는 “좀 고민해보겠다고 하자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상품이라며 다음주에는 가입하고 싶어도 못 할 거라는 식으로 말하더라”며 “홈쇼핑에서 곧 품절된다고 카운트다운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보험 설계사들이 특정 상품 판매가 제한되기 전이나 특약 및 예정이율 변경 직전에 ‘곧 바뀔 상품’임을 강조해 판매하는 ‘절판 마케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절판 마케팅이 보험사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소비자 불완전판매를 부추긴다고 보고 이러한 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섰다.

절판 마케팅은 설계사들이 ‘상품이나 특약이 없어진다’, ‘곧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식으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설명하며 소비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이 미래 손해율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하게 경쟁할 때 금융당국이 나서 이를 제한하거나 예정이율 변경으로 보험료가 인상되기 전에 기승을 부린다. 예를 들어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무해지‧저해지 보험 모범규준을 도입하기로 하자 그 직전 상품 판매율이 급격하게 늘었다.

무해지‧저해지 보험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없어나 적은 상품을 의미한다. 일반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설계사들이 이 장점만 부각해 저축성 보험인양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위가 무해지‧저해지 보험 판매를 제한하자 절판 마케팅으로 이어져 판매가 더욱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기 전인 2021년에는 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막차’라고 강조했고, 올해 1월에는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 특약 개정을 앞두고 설계사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혜택이 좋은 보험상품인데 판매가 중단되기 전 가입하라고해 계약했다가 뒤늦게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거나 적은 상품이었다거나 본인이 원한 것과 다른 내용의 상품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소비자들의 호소가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는 문제다. 

문제는 ‘품절템’이라는 것만 강조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은 상품의 가입을 유도하기도 하고, 필수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과도한 경쟁으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상품인데 절판 마케팅이 활성화되면 유동성 문제로 직결된다.

지난 1월 안철경 보험연구원장도 “업계 오랜 관행처럼 행해진 절판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며, 결국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최근 유동성 리스크도 결국 10년 전 절판 마케팅으로 판매했던 저축보험의 만기도래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도 절판 마케팅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이 금융상품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 가입시 발생하는 손해에 초점을 두고 광고’하고 있다고 보고 올해 말까지 전문가 연구용역 등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의 행동편향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및 유형, 이를 이용한 금융사의 판매 및 경쟁 전략, 상품 전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감독 개입방식과 제도개선 필요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선호도나 직관에 의존하는 등 행동편향적 선택이 빈번하게 발생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며 “이를 고려한 소비자 보호 및 설명의무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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