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1단계 통과한 '가상자산법'...이상거래 탐지 주체·공시제도 개선 등 과제 산적
상태바
1단계 통과한 '가상자산법'...이상거래 탐지 주체·공시제도 개선 등 과제 산적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06.30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투자자보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춘 이 법안은 투자자 피해구제와 불법 행위에 대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처벌 조항이 신설되면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시제도 강화 등 과제도 산적하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업에 대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서둘러 법안을 마련했지만 미비된 점은 내년 하반기 제정으로 예상되는 2단계 법안과 시행령을 통해 충분히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 핵심... 예치금 보관·장애시 보상규정 마련도 성과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사태 이전에도 가상자산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열풍을 겪었지만 관련 법 조항이 없어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운영되어왔다. 가상자산법이 다소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빠르게 제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상자산법 제정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 제정으로 인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한층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 제정으로 인한 가장 큰 성과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생겼다는 점이다. 거래소 안팎에서 발생하는 시세조종·허위주문·풍문유포 등의 행위로 비롯된 정보 불균형에서 발생되는 투자자 피해를 규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식시장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이용행위금지 조항이 있어 위반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가상자산법 제정 이전에는 가상자산이 증권 또는 증권형 토큰이 아니어서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아 사실상 미공개 정보 이용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이번 조항 신설로 미공개 투자정보를 이용한 가상자산거래시 자본시장법과 동일하게 유기징역 1년 또는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의 감독 권한이 일부 주어지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가상자산법 준수 여부를 금융당국이 판단하고 이에 대한 감독처분 권한을 갖게 되면서 법 위반 사항 발생시 금융위원회가 해당 사업자와 소속 임직원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제 6조에 명시된 '예치금 보호'가 가장 눈에 띈다. 현행 특금법상 가상자산 투자자의 예치금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고유재산과 구분해서 관리해야하지만 구체적인 예치방법이나 안정성 확보 방안은 규율된 것이 없다. 

이번 법안에서는 고객에게 받은 가상자산 예치금을 은행법에 따른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서 관리해야하고 누구든지 압류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임의로 가상자산 입출금을 통제할 수 없도록 한 점도 핵심내용 중 하나다. 제 11조에 명시된 것으로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모든 가상자산 출금을 중단하면서 투자자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평가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해킹 공격을 받거나 전산장애 발생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상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보험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의무가 주어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는 관련 법조항이 없어 거래소 이용약관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고 있어 주먹구구식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중소형 거래소 지닥이 해커들을 통해 20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해킹 사고가 발생했지만 해당 거래소의 현금 자산이 7억5100만 원에 불과해 보상을 두고 문제가 불거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 이상거래 탐지는 누가 할 것인가... 2단계 입법에도 관심

가상자산법 제정으로 인해 가상자산업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법제화가 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보완되어져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1단계 가상자산법의 핵심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이지만 정작 가상자산사업자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의 주체나 방법 등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주식시장의 경우 각 증권사들이 주식 주문을 받고 한국거래소가 이상거래탐지를 하는 시스템이지만 가상자산시장의 경우 각 거래소들이 주문과 이상거래탐지를 모두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상거래탐지를 각 거래소가 맡기는 것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시장에서 한국거래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상거래탐지기능을 개별 거래소에서 수행하려면 거래소 간 정보교류체계도 필요하고 동일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이상거래 판단 기준도 만들어야 하는 등 작업이 만만치 않다"면서 "결국 거래소 중심의 자율규제 영역에서 해야하는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가 그 기능을 해야하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밝혔다. 

'묻지마 상장'을 방지하기 위한 법제 마련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묻지마 상장은 '상장 대박'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상장 직전에 투자자들을 모아 투자금을 챙긴 뒤 잠적하는 '먹튀 사기'가 대표적이다. 코인 상장을 댓가로 거래소 측에 상장피(Fee) 형태로 뒷돈을 지급하는 '뒷돈 상장' 의혹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가상자산법안 1단계는 이용자보호와 불공정거래 관련 내용으로 상장과 유통 부분은 2단계 법안에서 다룰 계획"이라며 "해외에서도 명확한 방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국제적 정합성도 고려하면서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단계 입법에서 빠지고 2단계로 미뤄진 공시제도 개선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현재는 각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백서 형태로 공시가 되고 있지만 공시 기준이 달라 정보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테라-루나사태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테라의 고유한 투자위험에 대한 공시가 없었고 국문백서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시제도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지난 달 열렸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토론회에 참석한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의무공시제도를 도입해 발행인의 공시 범위 및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여러 거래소의 공시 내용을 통합 공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면서 "발행사의 공시정보를 수집해 검증 및 표준화해 통합 공시를 수행하는 공시시스템 정립도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법안 제정과 별개로 각 거래소들의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의 경우 투자자보호센터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보호 전문기구를 두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리서치센터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뒤섞여 있어 제도권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CCO 의무선임 등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보호조직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금소법과 달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 차원의 직접적인 소비자보호 의무 사항을 담진 않았다"면서 "특금법에 이은 두 번째 법안이고 이용자보호 강화 내용이 담긴 만큼 계속해서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