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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시간 이상' 윤리교육 금융사고 방지 효과 의문..."필수교육 많아 영상 넘기기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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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시간 이상' 윤리교육 금융사고 방지 효과 의문..."필수교육 많아 영상 넘기기 바빠"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08.07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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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은행권 횡령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도입한 윤리교육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마다 연간 최소 10시간 이상의 윤리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육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돼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다른 의무교육도 수강해야 하기 때문에 형식적 교육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리교육만으로 횡령사고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과 함께 윤리교육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매년 10시간 이상 윤리교육 하지만... "형식적으로 넘기기 바빠"

은행들은 매년 10시간 이상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실시하며 금융사고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윤리·준법·자금세탁·금융법규 등 직무 윤리와 관련된 교육연수와 자가진단, 윤리·준법 서약서 작성 등이 포함된다.

은행별로 교육 시간은 조금씩 달랐다. 2022년 기준으로 대구은행이 1인 당 41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도 16.84시간을 사용하며 많은 편에 속했다. 이번에 횡령사고가 터진 경남은행도 지난해 14시간을 사용했다.
 


다만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윤리교육 시간에 직장내 성희롱 및 성인지 감수성 자가진단 등 '인권교육'이 포함돼 실제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나머지 은행들은 금융사고예방 중심의 '윤리교육'만 최소 10시간 이상 시행했다. 

매년 10시간 이상 교육시간이 부여되고 있지만 금융사고가 지속 발생하는데는 관성적인 교육 프로세스가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되다보니 교육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고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경각심보다는 귀찮은 잡무로 여겨진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윤리교육 외에도 ▲정보보호교육 ▲금융소비자보호교육 ▲안전보건교육 등 임직원 필수 교육이 다양하고 직무별 전문성 교육 등 연간 60~80시간 수준의 교육을 수강해야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현장에서 들리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의 업무 자체가 과도하게 몰려있고 윤리교육 외에도 다양한 필수교육이 너무 많아서 영상을 넘겨버리는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대면 연수는 실효성이 낮아서 별도 시간을 들여 연수 받도록 배려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6시 이후 PC 오프제가 시행되면 교육을 들을 수 없어서 업무 시간 전 아침 일찍 출근해서 듣거나 평소보다 업무를 일찍 마치고 쪼개서 윤리교육을 듣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육 역시 업무시간으로 인정돼 주 52시간 체제에서는 업무와 교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들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윤리교육 강화'를 꼽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반복 교육을 통해 은행 내 윤리경영 문화를 만드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지난해 700억 원대 횡령사고로 곤욕을 치렀던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지난 6월부터 그룹 전 임직원의 직급 및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내부통제 연수 로드맵을 적용했고 은행의 경우 준법감시임원이 직접 영업현장을 찾아 내부통제 교육을 실시하며 경영진 차원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내부통제혁신방안에서는 전 직원이 준법감시 업무를 의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안도 제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잘 하려면 그 업무에 대해 잘 알아야하고 치우치지 않게 업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모두 경험하도록해 자연스럽게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갖추려는 의도"라며 "그런 경험들이 있는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승진시키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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