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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바꾼 설계사가 새 상품 갈아 타라는데...부당환승계약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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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바꾼 설계사가 새 상품 갈아 타라는데...부당환승계약 주의해야
해지환금급 등 금전 피해 속출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3.10.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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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한 모(남)씨는 보험 갈아타기로 약 4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생보사 중 계약건수 규모 10위권 내에 있는 A보험사의 상해보험에 2007년 가입한 한 씨는 6년이 지난 2013년경 담당 설계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존 보험보다 좋은 상품이 나왔다며 여러차례 전화하자 귀찮은 마음에 수락했다고. 손해를 본 것을 안 시점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올해. 사고로 보험금을 요청할 일이 있어 계약서를 살펴보면서다. 한 씨는 “당시 5년 간 낸 보험료가 630만 원인데 중도해약금이 4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고 새 보험에 연결되는 것처럼 속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정 모(여)씨는 보험 갈아타기 때문에 보험금을 못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2009년 계약건수 규모 10위권 내 B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유방암, 자궁암 등 당시 정기 진료를 받고 있던 항목을 부담보로 설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10년 뒤인 2019년 설계사로부터 ‘보험 리모델링’을 권유받은 정 씨는 기존 보험보다 보장이 좋고 보험료는 싼 상품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올해 유방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게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정 씨는 “보험료가 저렴한 이유는 모든 부담보와 보장을 없앴기 때문이었다”며 “보험사에서는 당시 설계사가 그만둬 사실 확인도 안 된다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항의했다.

#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정 모(남)씨도 보험 리모델링 이후 부당하게 보험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2019년 계약건수 규모상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C보험사의 건강보험에 가입한 정 씨는 2021년 설계사의 추천으로 새 상품으로 갈아탔다. 최근 두통이 심해 병원에 가니 뇌경색이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단비 등 보험금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고혈압약을 먹어오던 것을 알리지 않아 병력 미고지로 계약이 해지된 것이다. 정 씨는 “2019년 처음 보험에 들었을 당시 고혈압약에 대해 분명 고지했고 설계사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2021년 새로운 보험에 들면서 반영이 안 됐다”며 “설계사도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했으나 보험사에서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최근 GA(법인보험대리점) 간에 ‘설계사 빼가기’가 만연하면서 소속을 바꾼 설계사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승환계약은 설계사들이 다른 보험사나 GA 등 소속을 바꾼 뒤 이전 고객들의 기존 계약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험 갈아타기’, ‘보험 리모델링’ 등으로 불리지만 새로운 상품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가 소비자는 중도해약으로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어 금융당국에서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사 입장에서는 보험 유지 수수료 등을 다른 설계사에게 넘길 필요가 없고, 새 상품 가입으로 인한 수익도 손쉽게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잘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 및 설계사는 이미 성립된 기존 보험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하고 새로운 보험을 청약하는 행위, 즉 부당승환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지금까지 낸 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이 적을 가능성이 높고, 보장 등 보험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 가입 후 일정기간 동안 면책기간이 생기는데 이 기간에는 병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어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당승환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새 상품 가입 후 1개월 이내에 기존 상품을 해지하는 경우 소비자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자필서명을 받고 있다. 또한 6개월 이내에 변경할 경우에는 기존계약과 신계약 간 차이점 등 중요 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당승환계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기존계약과 유사한 신계약 상품을 비교 설명하지 않고 갈아타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거나 단순히 ‘상품 갱신’인 것처럼 속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리치앤코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변액연금 85건을 모집하면서 부당승환계약을 한 것이 적발됐고, 한화라이프랩, 키움에셋플래너도 2020~2021년 사이 기존 보험과 신계약간 중요 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삼성화재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487명의 계약자를 상대로 총 522건의 부당승환계약을 체결해 과징금 6억8500만 원, 과태료 2억8000만 원을 받았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KDB생명, DB생명, KB생명, 악사손해보험, AIG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중소형사, GA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설계사가 ‘보험 리모델링’을 운운하며 기존 보험보다 보장이 더 많은 좋은 상품이라고 안내해 변경했는데 실제 사실과 달랐다는 제보가 끊이길 않고 있다. 암 진단비 등 꼭 필요한 보장이 없어지거나 계약 전 고지의무 위반과 같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부당승환계약을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GA업계, 신용정보원이 ‘승환계약 개선 태스크 포스팀(TF)’을 구성해 논의 중이다.

현재 6개월 이내 ‘보험 갈아타기’를 하더라도 다른 보험사 상품을 새로 가입하는 경우에는 기존 계약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금감원은 신용정보원을 통해 기존 보험 계약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회 절차를 추가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보험사 내에서 갈아타기를 할 경우에는 유사 보험이 맞는지 확인이 가능했지만 타 보험사 상품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실손보험 중복여부를 체크하는 것과 같이 신용정보원을 활용하는 방안 및 시스템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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