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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 도입했지만 퇴직연금 90%는 여전히 '초저위험형'...신한·하나은행 94%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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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 도입했지만 퇴직연금 90%는 여전히 '초저위험형'...신한·하나은행 94% '최고'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11.09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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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전면 시행됐지만 원금보장 중심의 '초저위험형'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예금이나 주가연계채권(ELB) 등 안전지향형 자산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디폴트옵션 선택에서도 초저위험형 선호도가 강해진 탓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원금보장형 중심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와 역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금 90% 이상 '초저위험형'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누적 적립액 4조7524억 원(근로복지공단 제외) 이다. 이중 초저위험형 상품은 4조5640억 원으로 비중은 89.9%에 달했다. 저위험과 중위험은 각각 4.7%와 3.5%에 그쳤고 고위험 비중은 1.9%였다. 

금융권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의 90%가 원리금보장형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원금보장형 선택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의 초저위험형 비중이 가장 높았다. 디폴트옵션 누적 적립액 4조3332억 원 중에서 91.7%에 해당하는 3조9749억 원이 초저위험형이었고 생명보험업권과 손해보험업권도 각각 89.8%와 89.3%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전체 누적 디폴트옵션 적립액 1조1710억 원 중에서 94.3%가 초저위험형 상품이었고 하나은행도 94.1%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90% 이상이었고 KB국민은행이 82.7%로 가장 낮았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제도 도입 초기 단계로 가입자의 디폴트옵션에 대한 이해도 확산과 본격적인 수익률 경험을 통해 제도 안착을 하려면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도입 취지와 달리 많은 고객들이 초저위험상품을 선택했기에 지속적으로 인식전환을 위한 안내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증권업권은 초저위험형 비중이 54.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증권사들은 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 적립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다는 점도 타 업권과는 달랐다.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중에서 40~50% 가량이 초저위험형이었고 나머지는 나머지 3가지 유형으로 고르게 분포됐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은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중에서 초저위험형이 51.4%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42.1%에 그쳤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초저위험형으로 집중되는 것은 초저위험형 상품에 담긴 예금금리가 지속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원리금비보장상품에 주로 담기는 주식 자산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수익률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1개월 수익률 기준 초저위험형 상품 11개 중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4개였지만 저위험형에서는 22개 중 17개, 중위험형에서는 23개 중에서 21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고위험형 상품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 고객들이 타 업권 대비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위험 이상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상당수가 증시 부진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선택이 안전지향형 상품으로의 쏠림이 더욱 심화된 셈이다.

또 다른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노후자산에 대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해 초·저위험 비율이 높다"면서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중·고위험 디폴트옵션 비율 확대 관련 고객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취지 자체가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는 충분한 수익률을 낼 수 없다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연금이 장기투자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 물가상승률 만큼의 최소한의 수익을 내야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연금은 장기투자자산이고 현재 금융시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있어야한다”면서 “연금은 짧게는 20~30년, 길게는 40~50년을 운용해야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라이프 사이클도 상품 선택에 어느정도 반영되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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