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Consumer Electronis Show)는 소비자가전 전시회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가전을 중심으로 출발한 전시회지만,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국내 가전업계 맞수로 꼽히는 삼성과 LG그룹 총수들의 참관은 오히려 저조한 편이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를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아직 현장에 직접 방문한 적이 없다. 마지막 참관은 2013년이다. LG전자를 주력으로 하는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아직 CES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삼성과 LG는 총수 대신 주로 전자 대표들이 CES에 모습을 드러내는 추세다. 전자 부문 행사인 만큼 매년 부스를 차리고 양사 대표들은 모두 개근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는 2022년 취임 후 매년 현장을 방문했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용 회장은 1월에 주로 대통령 순방 동행, 반도체 생산공장 방문 등의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LG그룹은 전자 행사를 예전 구본준 현 LX그룹 회장(前 LG전자 부회장)이 총괄하는 기조였다. 계열 분리를 한 이후에는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CES를 총괄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22년부터 매해 참석 중이며 CES2024에도 간다.
최 회장은 글로벌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를 넘나들었다. 미래 먹거리와 현지 공급망을 점검하고 위기 대처 능력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넷제로’ 관련 탄소 감축 로드맵 실행을 위한 기술과 사업을 CES2023에서 공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CES2024에서 그룹 8개 계열사 통합 전시관을 찾아 환경과 AI, ‘넷제로’ 청사진을 확인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년 만에 다시 현장을 찾는다. 2023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모두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고 올해 행사는 두 기업 모두 참여한다. 기아는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그간 모터쇼 참가에 주력하던 현대차는 2022년 정 회장이 직접 CES에 참석해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다양한 IT 기술이 신차에 탑재되는 만큼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 공개 장소로 CES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전시도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7개 계열사가 총출동해 역대급 전시관을 꾸릴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 주력인 조선을 넘어 혁신을 선보이는 데 여념이 없다. 2022년 지주사 대표에 오르자마자 그룹명을 변경하는 등 제조업 이미지를 탈피하는 브랜드화를 진행했다. HD현대는 지난해 바다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뜻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잔략에 이어 올해는 육상의 대전환을 뜻하는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CES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미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 스마트 건설 솔루션 기업으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한다.
LS 구자은 회장도 전시를 꾸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한다. 미래혁신단장 시절인 2019, 2020년에도 CES에 참석했을 만큼 현장 방문에 열정적이다. 단장 시절 미래혁신단을 이끌며 CES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던 구 회장은 총수로서 경영진 포함 그룹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한 미래 인재들을 데려간다. 글로벌 기술 트렌드인 AI 등 선진 기술을 확인해 ‘탄소배출 없이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기업 비전에 담아본다는 의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