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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당합병 족쇄 벗은 이재용 회장, 기술 초격차‧경영쇄신‧대규모 M&A 청사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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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당합병 족쇄 벗은 이재용 회장, 기술 초격차‧경영쇄신‧대규모 M&A 청사진 기대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4.02.0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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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온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이 회장이 삼성 경영쇄신과 M&A 시계를 다시 돌리며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도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지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의 항소 등으로 대법원까지 이어져 재판이 종결되기 까지는 3~4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이 회장 운신의 폭은 넓어지게 됐다.

삼성 입장에서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발목 잡힌 게 현실적인 경영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울 소식이다.

수십 조 원의 막대한 이익을 내던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적자를 냈다.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도 경쟁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인공지능(AI) 서버 등 대량의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인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의 5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하이닉스는 HBM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관련 시설 투자를 올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5세대 HBM3E도 올해 상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이 회장은 이번 부당 합병·회계 부정 건으로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 열린 재판에 해외출장 등으로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총 95번 출석했다.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를 더하면 구속 기간만 565일에 달한다.

경영보다 재판이 사실상 우선인 처지였다. 실제 지난 26일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울트먼 오픈AI CEO는 한국을 찾으면서 협업 논의를 위해 이 회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재판 준비 관계로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계현 DS부문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등 사장단이 총출동했다.

지난 1월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월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법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한 이 회장은 과제가 산적한 삼성 경영에 전력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우선 이 회장은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 부문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매출의 70%가 메모리사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조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HBM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사업이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선 이 회장이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반도체, 통신,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이 회장의 인맥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상무시절부터 이건희 선대회장의 출장에 동행하며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데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 크리스티아로 아몬 퀄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찰리 에르겐 디시네트워크 회장,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 회장, 팻 겔싱어 인텔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 회장 등과 인맥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 이후 중단된 대규모 인수합병도 재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회장이 직접 M&A를 주도했던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그룹의 대들보가 되고 있다.

조 단위 인수합병이 중단된 상황에서 삼성은 그간 AI, 핀테크, 디지털 헬스, 로봇, 전장 등에 대한 소규모 투자만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는 독일 자동차·산업·전력 시스템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 등이 거론된다.

기존 사업군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과제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혁신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며 마케팅 지출이 늘고 있는 TV, 가전 사업에서의 쇄신도 이뤄져야 한다.

이 회장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바이오 부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137억 원으로 1조 클럽이 됐지만 위탁개발생산(CDMO)에 치중돼 있다. 실적 퀀텀점프를 위해선 신약개발 실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M&A도 이뤄질 지 관심거리다.

이날 삼성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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