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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샘플 내세우며 건강식품 본품 함께 보내...박스 개봉 이유로 대금 청구 '기만 영업'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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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샘플 내세우며 건강식품 본품 함께 보내...박스 개봉 이유로 대금 청구 '기만 영업' 횡행
공정위 "고령층 보호장치 마련 쉽지 않아"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4.05.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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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박 모(여)씨는 83세 고령에 인지기능, 청력 저하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한 건강식품 업체로부터 무료 샘플을 권유받았고 제품의 일부를 섭취한 사실을 알았다. 동봉된 안내문에는 본품을 뜯을 경우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박 씨의 아버지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업체는 본품을 개봉했으니 28만9000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박 씨는 “노인을 대상으로 구매의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물건을 보낸다”며 “안내문은 광고 전단지 같아 노인들이 보기엔 인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례2= 울산 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1일 고령의 노모가 '체험분을 보낼 테니 먹어보고 몇 일 뒤 구매의사 확인 전화를 하겠다'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음을 알게 됐다.  노모는 체험이라 생각하고 받은 물건을 모두 개봉했고 이후 본품을 뜯으면 구매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 씨가 곧바로 업체에 연락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본품을 개봉했으니 29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사례3= 제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지난달 초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홍보 차원에서 무료 체험분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택배 착불료만 내면 된다는 말에 김 씨는 수락했다. 물건을 받아 개봉 후 확인하니 낱개 제품 5개와 10개 씩 들어 있는 상자 4개가 큰 박스 안에 담겨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김 씨는 업체에 연락했으나 "개봉했으니 구매해야 한다며 약 40만 원을 지불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물건 확인 차 포장을 개봉한 건데 환불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강매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체험분 배송 시 동봉한다는 안내문 일부 갈무리
▲체험분 배송 시 동봉한다는 안내문 일부 갈무리, 제품 광고 및 홍보 문구와 섞여 본품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건강기능식품 샘플을 무료로 사용해 보라면서 본품까지 함께 보내고, 소비자가 실수로 섭취한 경우 대금을 청구하는 기만적 영업 행태가 기승을 부려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체 측이 본품 판매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있었다면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인지기능 저하 등 소비자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해도 마찬가지다. 소비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로 보호장치 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주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무료 샘플을 보내줄 테니 체험해보라는 전화연락을 받았다가 본품까지 섭취해 예정에도 없던 비용을 써야 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박스를 개봉했다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로 대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로 샘플과 함께 온 본품도 무료 제품으로 생각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본품을 개봉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동봉돼 있지만, 안내문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노린 꼼수영업으로 볼 수 있다.

신청하지 않은 본품이 같이 온 것을 보고 업체에 회수하라고 연락해도 차일피일 미뤄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업체 측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화를 통해 샘플 체험을 안내하고 본품을 같이 보내 판매하는 방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방식이다. 다만 최근에는 음성이나 안내문을 통해 본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어 본품 섭취 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소비자단체인 미래소비자행동 관계자는 “이미 10년 전부터 유사한 유형으로 분쟁조정 사례가 많았다”며 “판매자들이 다수 분쟁 경험을 통해 안내문 등으로 문제를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도 입원 환자에게 전화로 대답만 얻어내고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있어 환불을 중재한 사례가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노령층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교육할 때 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샘플 자체도 받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화권유 판매 관련해서 판매에 대한 정보 제공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치매 병력 등 소비자의 특수한 상황만으로 판매자에게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전화권유 판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령층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지능력 저하 등을 원인으로 매매에 제한이나 조건을 더하는 보호장치는 오히려 다른 소비자나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품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더라도 문제점을 인지한 순간 청약철회 의사를 확실히 해야 하며 이후 환급이 되지 않는다면 분쟁조정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화를 공급받은 날로부터 14일' 또는 '계약서에 청약철회 관련 내용이 없어 청약철회가 가능한 것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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