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이 잔고를 2조6000억 원 가량 끌어올리며 독주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늦게 발행어음을 선보인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잔고 규모는 총 41조52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5조6112억 원) 증가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직접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투자자가 증권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약속한 시기가 되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초대형 IB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현재 이를 발행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 등이 있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잔고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4분기 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7조3163억 원으로 전년보다 17.6%(2조5854억 원) 늘었다.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4개 증권사 중 증가액도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을 출시한 증권사이면서 현재 발행어음 취급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2월 말 기준 4개사의 원화·외화 발행어음 1년물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원화와 외화 모두 각각 3.45%, 4.80%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발행어음을 통해 모인 고객 자금 운용능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잔고가 많은 증권사는 KB증권이다. KB증권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0조1305억 원이었다. 다만 발행어음 취급 증권사 4곳 중 증가액이 가장 적었다.
눈에 띄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1년 5월 발행어음을 출시하면서 4개사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발행어음 잔고는 작년 말 기준 7조4733억 원으로 3위다. 후발주자임에도 잔고 증가 추세가 상대적으로 빠른 셈이다.
발행어음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추가로 발행어음 사업에 도전하는 증권사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대표 박종문)이 연내 인가를 목표로 발행어음 TF를 구성한 가운데 키움증권(대표 엄주성)도 초대형 IB 인가 이후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추가로 발행업무 인가를 받고 영업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자금 운용 역량을 갖춘 조직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